애플-FBI 잠금해제로 논쟁 발생 1년위키리크스 "美 CIA, 애플·구글·삼성 전방위 해킹" 폭로
팀 쿡 애플 CEO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스마트폰 암호 해제를 두고 애플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논쟁을 시작한지 1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법적, 입법적, 철학적 논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해답이 없는 데다, 정부의 집요한 개입이 이어지고 있어서다.논란의 발단은 2016년 2월 FBI가 총기사고 용의자의 아이폰5c 화면 잠금을 해제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 달라고 애플에 요청하면서다. 이때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본인의 동의 없이 잠금을 해제하는 수단은 "암과 같은 소프트웨어"가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글로벌 IT 업계와 프라이버시 옹호 단체, 인권 단체들도 팀 쿡 CEO의 의견에 동조했다. 이 사건은 법정 대결로 이어졌으나 심리 하루 전날 FBI가 전격 소송을 취하하며 싱겁게 끝났다. FBI는 애플의 도움 없이 아이폰의 잠금을 풀 수 있는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는 사유를 들었다. 이를 두고 프라이버시 단체인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은 FBI가 소송에서 패소할 것을 예측하고 이를 취하했다고 지적했다. 프라이버시 보호에 힘을 실어주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 소를 자진 취하했다는 것이다. 여론도 프라이버시 보호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는데 동의하는 모양새다.그런데 지난주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애플의 아이폰ㆍ아이패드,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삼성의 스마트TV 등을 전방위적으로 해킹해 도ㆍ감청에 활용했다고 폭로하면서 또다시 논란을 촉발시켰다. 위키리크스는 CIA 해킹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을 담은 8761건의 문서와 파일을 '금고 7(Vault 7)'라는 이름으로 공개했다. 미국 언론은 이 사안을 거의 매일 보도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 또한 논란에 불을 지핀다. 트럼프는 지난해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애플 제품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폰과 삼성의 제품을 모두 사용하고 있지만 애플이 테러리스트들의 정보를 정부에 제공하지 않는다면 나는 앞으로 삼성의 제품만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 당선 후에도 그의 시각은 바뀌지 않았다. 전자전문매체 애플인사이더는 "트럼프 체제에서 FBI의 권력을 강화하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며 "트럼프가 약속한 여러 공약들이 실현된다면 애플이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실제로 미국 법무부는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에 대해 법원의 도청허가를 받아 통신 내용을 파악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왓츠앱의 강력한 암호화 기술로 법무부가 법원의 도청 허가를 받더라도 통신 내용을 파악할 수 없어 실제 진행되지는 못했다. FBI가 스마트폰 잠금 해제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IT업체들은 더욱 진화된 암호 체계를 갖춰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프라이버시와 공공 안전 우선주의가 계속 충돌하면서 지난해 4월 미국 상원의 정보특별위원회는 '2016 법원 명령 준수법' 초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특별위원회는 "미국인을 범죄자와 테러리스트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모든 기업체가 법원의 명령에 따라 데이터를 이해 가능한 형태로 제출할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며 법 제정을 촉구했다.하지만 이는 프라이버시 옹호 단체와 IT 업계의 반발로 결국 법안으로 제출되지 못했다. 왓츠앱이나 특별위원회 사례는 정보기관과 IT업체간 충돌이 계속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박종훈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집필위원은 "정보기관이 과도하게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려고 하는 상황에서는 프라이버시 보호와 공공 안전 보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부단한 시도가 결코 무의미하지 않은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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