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윤기자
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의 효시는 삼국시대 부터 애용된 고로쇠나무 수액이다. 전쟁 중의 백제 군사들이 우연히 고로쇠나무 수액을 먹고 기력을 회복했다는 설화, 신라 화랑들이 신체단련을 위해 동계수련 중에 산에서 음용했다는 구전을 통해 우리 선조가 약 1,000년 전 부터 수액을 채취, 즐겨마셨음을 알 수 있다. 사진 = KBS2 드라마 '화랑' 스틸컷
[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단풍나무의 일종인 고로쇠나무의 수액을 채취해 마신 것은 역사적으로 백제 때부터 이뤄졌다 전해진다. 신라와 백제 간 전쟁에서 양국 군사들이 전투를 마치고 녹초가 된 상태에서 기갈이 나 물을 찾다 화살 박힌 나무에서 흘러내린 물을 마시고 기운을 회복했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수액채취 역사가 약 천년에 이르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 나무나 수액이 나는 것은 아니며, 그 수액을 인간이 음용할 수 있는 종류 또한 제한적인데다 신선한 수액을 마시기 위해서는 채취지역의 산에 올라야하는 수고를 감수해야한다. 고로쇠 수액이 상품화 되어 널리 알려진지 불과 100년이 채 안 되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나무로 신나무가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수액 채취원인 신나무는 어떤 특징과 효능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신나무 잎을 삶은 물은 옷감을 염색하는 염료로 쓸 수 있고, 줄기와 어린 순은 약재로 사용된 기록이 있는데 최근 연구 개발을 통해 수액채취 또한 가능한 사실이 밝혀지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그 역할을 다 하고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신나무는 본래 단풍이 아름다워 조경수로 선호되는 나무로 산에 군락을 이루기도, 개울가나 밭머리에서도 자라기도 하는데 성장속도에 비해 크기가 크지 않아 과거 조상들은 몸통은 땔감으로, 잎사귀와 줄기는 군복 또는 법복을 물들이는 데 활용해 버릴 것 없이 온이 쓰던 귀한 살림밑천이었다. 특히 잎을 채취해 물을 부어 삶으면 나오는 검은 물에 옷감을 담가 검은색과 회색을 내면 물이 빠지지 않아 신나무를 ‘색목(色木)’이라 불렀으며, 조선 중기 양예수가 쓴 의학서 의림촬요에는 눈병 치료에 신나무 가지를, 간염 치료에 신나무 어린 순과 잎이 좋다는 기록이 있어 약재로도 널리 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신나무 수액 채취 현장.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양도 두 배, 영양도 두 배신나무의 수액은 인간보다 산새들이 먼저 알았다. 새가 낸 구멍을 통해 흘러나온 수액을 우연히 발견한 것을 계기로 이뤄진 신나무 수액연구는 실제 신나무 껍질과 잎이 소염작용을 한다는 사실과 더불어 칼륨함량이 18.52ppm으로 측정 돼 고로쇠나무의 9.22ppm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이 확인됐다. 반면 나트륨 함량은 0.94ppm으로 고로쇠나무의 15.7ppm에 비해 열 배 이상 낮게 측정됐는데, 당도는 고로쇠수액보다 덜하나(신나무 1.8 brix, 고로쇠나무 2.5 brix) 특유의 청량감이 있어 입맛을 당기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고로쇠나무의 경우 일 평균 수액 생산량이 2L에 그치는데 반해, 신나무는 일 평균 4.1L가 채취돼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고로쇠나무 수액을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상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통상 단풍나무와 고로쇠나무류의 수액채취기간은 경칩 무렵으로 한정되어 있으나 신나무는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산새가 구멍을 내 수액을 먹을 때 맞춰 채취하므로 한정된 채취기간으로 인한 생산타격을 입지 않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삼나무 수액과 핀란드의 자작나무 수액에 이어 국내 수액산업을 대표할 새로운 수액자원으로 신나무가 고로쇠나무의 뒤를 이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