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詩] 가시 / 신달자

  자연의 한끝이 내 몸속에 돌고 있다  그가 있는 곳이 가장 아픈 곳이다 어디로 들어왔을까  (중략)  뜨끔 아찔  촉수의 끝이 기억의 선을 따라 통증의 굴곡을 파고 선물처럼 그 존재가 다녀가다 머무른다  가시는 내가 키우는 생명 그가 있는 곳이 가장 아픈 곳이며 내가 사랑하는 곳이다 통증은 손이 많이 가는 곳  언제까지라고 묻지 마라  내 육신이 흔적 없을 때만 사라지는 종신 통증  스으윽 살점을 찔러 생명 촉발의 순간 영화를 주는 가시 가시 가시 오늘도 가시의 끝에 햇순이 움튼다  
 가시에 찔리면 아프다. 심한 경우엔 곪을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상처 난 자리를 얼른 닫아 버리기에 바쁘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그 "뜨끔"했던 상처가 순식간에 아무는 것도 아니고, "아찔"했던 기억이 영영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가시에 찔렸던 자리에 자꾸 마음이 가고 눈길이 머물러 비록 한동안일지라도 "그가 있는 곳이 가장 아픈 곳이며" 그래서 마침내 "내가 사랑하는 곳이" 된다. 그런데, 놀라워라. 가시에 찔렸던 곳에 새살이 돋는다. 아니 바로 그 상처 났던 자리에만 "햇순이 움"트듯 전에 없던 살이 싹튼다. 이 시를 읽고 나니 참 고맙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꽁꽁 싸매 두었던 흉 진 자리가 그저 부끄럽고 아프기만 했는데, 호호 다정하게 입김을 불어 주신 당신, 참 고맙다. 채상우 시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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