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종인 탈당 거부, 정의화·김무성과 '빅텐트' 사실상 무산…김황식·정운찬 등 '킹' 후보(종합)

김종인 '킹 역할', '탈당' 거부로 제3지대 군불때기 난항 정의화, 23일부터 정진석·정병국·김황식·정운찬 등과 잇따라 회동아시아경제와 만나 "하루 이틀 더 김종인 전 대표의 결단 기다릴 것""분권형 개헌으로 마지막으로 국가에 봉사하고 싶어""3~4월쯤 깜짝 놀랄만한 변화 생겨"김종인·정의화, 여의도서 전격 회동…김무성은 불참정의화·김무성은 다음주 초 회동 예정정의화, 24일 부산대 강연…25일 경주 워크숍 참가당분간 자서전 집필 등에 매진[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이 주도하는 개헌을 고리로 한 '빅텐트'가 김 전 대표의 탈당 거부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일각에선 "대선 전 개헌론을 재점화하는데 사실상 실패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비패권연대'를 추진 중인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왼쪽부터).

정 전 의장과 김 전 대표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나 향후 개헌의 방향과 시기, 제3지대를 기반으로 한 보수·중도 대선연대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개헌을 꼭 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지만,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분권형 개헌을 고리로 한 빅텐트를 어떻게 꾸릴지에 대한 각론에서 이견이 빚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날 회동의 결론은 애초부터 정해져 있었다. 김 전 대표가 민주당을 나와 제3지대의 중심축인 ‘킹’(중도·보수진영 대선후보)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이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으면서 밑그림이 틀어졌다. 민주당 탈당 여부를 고민해온 김 전 대표는 자신의 거취를 놓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지난 16일 독일로 출국하기 직전 "귀국하자마자 정 전 의장에게 가장 먼저 (거취를) 알리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민주당 탈당과 제3지대 합류에 대해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고 범여권 관계자는 전했다. 이는 민주당을 나와 제3지대에 전격 합류하거나, 범여권 개헌연대 참여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정 전 의장은 이날 회동 직전 여의도의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내일이나 모레까지 김 전 대표가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어느 정도 수준의 확실한 답을 줘야 하는가’란 물음에는 “탈당이나 (당내 개헌파) 세력을 이끌고 나오는 것, 아니면 적어도 나와 함께 한다고 선언하는 수준이 돼야한다”고 못박았다. 또 ‘(김 고문을 포함해) 왜 셋이 만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김 전 대표가) 무언가 확실한 답변을 준 뒤에야 셋이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답했다. 정 전 의장과 막역한 관계인 김 고문은 다음 주 초 정 전 의장과 따로 만날 예정이다. 바꿔 말하면 김 전 대표가 확실한 거취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3자 회동이 다시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지난 15일 3자 회동에선 김 고문이 함께해 제3지대 군불때기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날 사무실에서 마주한 정 전 의장은 다소 복잡한 속내를 토로했다. 조만간 김황식·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잇따라 만나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논의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의장시절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박형준 새한국의 비전 원장이 젊은 범여권 인사들을 만나 제3지대 참여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젊은 피' 중에는 이미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전·현직 지자체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3자 회동에선 정 전 의장과 김 전 대표, 김 고문이 의원내각제를 전제로 과도기적인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하는 개헌안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목을 잡은 건 김 전 대표의 역할이었다. 다음 달 초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전 개헌추진 세력을 모아 빅텐트를 치고 개헌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김 전 대표는 개헌안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민주당 내 개헌파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 전 의장과 김 고문은 중도·보수를 아우르는 빅텐트에서 자신들이 ‘킹메이커’가 되고, 김 전 대표가 개헌을 주도할 ‘킹’이 돼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기반으로 좀처럼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중도·보수 진영의 대선주자들과 함께 개헌을 고리로 연대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이 같은 제안에 김 전 대표는 회동 이튿날인 16일 독일로 출국하면서 정 전 의장에게 “귀국해 심경에 변화가 생기면 가장 먼저 알려드리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21일 귀국한 김 전 대표는 이렇다 할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범여권 관계자는 "독일 체류 중 측근들로부터 당 잔류에 관한 조언을 지속적으로 들은 결과"라며 "그렇다고 제3지대 구축이 완전히 물 건너 간 것은 아니다. 여전히 가능성은 살아있다"고 강조했다. 정 전 의장은 이번 주 중 개인 일정을 소화하고 당분간 자서전 집필 등에 매진할 계획이다. "3월이나 4월쯤 확실한 변화(제3지대 구축)가 생길 것"이라며 시간을 낚는 강태공처럼 때를 기다리겠다는 뜻이다. 정 전 의장은 이튿날인 23일에는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 등과 잇따라 회동할 예정이다. 이어 24일 부산대 강연을 끝으로 주간 일정을 마치고 주말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부산지역 병원의 워크숍 행사가 열리는 경북 경주로 향한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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