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길 닫히고 하늘길 막히고]대한항공 화물기 8대 매각…1위서 5위로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대한항공이 화물전용기 8대를 중고시장에 내놨다. 항공화물 사업의 계속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한때 항공화물 수송강국이었던 우리나라의 위상도 덩달아 추락하고 있다. 해운업의 붕괴로 바닷길이 닫힌 가운데 항공화물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하늘길마저 막히는 형국이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B747-400F 등 화물기 8대를 중고시장에 매물로 내놓는다. 적자투성이인 항공화물 사업을 축소하기로 한 데 따른 결정이다. 대한항공은 화물 전용기를 띄우는 것을 자제하고 여객기 화물칸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한때 항공화물 수송에서 세계 1~2위를 달리던 대한항공은 최근 10년간 뒷걸음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2015 세계 항공수송통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항공화물 수송량은 지난해 총 77억6100만톤킬로미터(FTK)로 5위에 그쳤다. 2004년 루프트한자를 꺾고 1위에 오른 뒤 2009년까지 6년 연속 선두자리를 지켰지만 2011년 홍콩계 캐세이퍼시픽이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그 바람에 대한항공은 2014년 이후 항공화물 사업에서 계속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화물 업황이 2010년 정점을 찍고 7년째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면서 "국제 화물수송 실적은 2011년과 2012년에 유럽 금융시장 불안 등의 영향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다"고 말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성장 둔화로 올해 항공화물 업황의 반등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경쟁사들의 공격 행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페덱스의 경우 지난해에만 13대의 화물전용기를 도입했다. 에미레이트항공과 카타르항공도 화물전용기와 여객기를 합쳐 지난해 각각 19대와 13대를 구매했다. 이에 따라 총 보유 비행기 수는 페덱스 408대, 에미레이트항공 256대, 카타르항공 168대로 대한항공(160대)을 압도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여객기로도 화물수송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항공화물 수송은 대표적인 '규모의 경제' 모델"이라며 "항공기단 규모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외국 항공사들이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우리 항공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해운업에 이어 항공화물 수송까지 추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을 드러낸다. 항공화물 수송이 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국가 경쟁력의 손실로 직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항공화물 수송의 위기가 해운업 위기보다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운업은 업황이 나빠지면 곧바로 영업적자, 순손실로 나타나 선제적인 대응이 가능하지만 항공화물 사업은 호황인 여객사업에 가릴 수 있다"며 "바닷길이 닫힌 상황에서 하늘길도 막혀서는 안되는 만큼 정부와 기업이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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