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트럼프 정부의 에너지 정책 파급효과

김연규 한양대 교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미국 에너지정책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이럴 때일수록 오바마 정부의 에너지·환경 정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트럼프 정부의 정책변화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오바마 정부 시기는 글로벌 에너지·기후 환경 패러다임의 일대 변혁이 일어난 시기였다. 석유와 석탄, 원자력 위주의 에너지, 전력, 자동차 산업이 가스와 신재생에너지 위주의 패턴으로 급속히 재편됐다. 화석에너지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한 것은 점점 가중된 기후변화의 위험성과 시급성이었다. 2009~2012년 오바마 정부 1기는 셰일가스 혁명의 성공에 따른 가스 생산 증대로 괄목할 탄소감축을 이룰 수 있었다. 2013~16년의 2기 오바마 정부는 셰일가스 정책을 넘어 청정에너지 확대·화석연료 축소 정책을 확대 추진했다. 2015년 8월 공표된 청정발전계획은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발전 확대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셰일가스 혁명은 다양한 환경규제로 제동이 걸렸다.2014년 하반기 시작된 저유가는 신재생에너지 우대 정책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던 미국의 셰일업계에 이중고를 가져왔다. 기술적으로 고비용인 셰일오일과 가스를 생산하는 미국의 셰일업체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저비용 전통 원유, 러시아의 저비용 전통 가스와 힘겨운 경쟁 속에 생산활동이 급감하고 에너지 취약 지역인 유럽과 아시아 지역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출하려는 계획도 경제성을 잃고 연기되거나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LNG 수출 프로젝트는 오바마1기 정부에서는 세계 에너지시장 재편 측면 뿐 아니라 국제세력 재편 측면에서도 미래 미국의 권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주요한 정책 사안으로 다뤄진 이슈였으나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부상과 저유가로 그 실효성이 불확실한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오바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미국의 에너지 업체와 대다수 공화당 지지자들의 외면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은 단기간에 가스혁명을 이루고 신재생에너지 단계로 이행하는 순서로 에너지혁명이 진행됐으나 개도국은 석유와 석탄 사용에 머물러 있다는 현실을 도외시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위해 미국은 셰일오일, 셰일 가스 생산을 지속 확대해야 하고, 여분의 셰일오일과 가스 수출을 통해 석탄 발전으로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주요 개도국의 천연가스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트럼프정부의 에너지 정책 구상은 선거과정에서 '미국 최우선 에너지정책(America First Energy Policy)'과 대통령 취임 후의 100일간에 실시하는 정책을 정리한 '100일 액션 플랜(100 Day Action Plan)'에 잘 나타나 있다. 주요 내용은 미국 에너지 독립, 셰일에너지 및 석탄산업 활성화, OPEC 카르텔로부터 완전 독립, 생산량 증대를 통한 에너지 가격 안정, 에너지 생산 관련 모든 규제 철폐, 키스톤 송유관 등 중단된 인프라 건설 재개,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등이다.트럼프 행정부는 석유가스 생산량 증대 및 수출 확대를 적극 지원할 것이다. 수압파쇄법 등 석유가스 시추 제한 규제를 철폐하고, 대서양 원유 채굴 허용 등을 통한 생산량 확대로 새로운 국부 창출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 환경 이유로 송유관 건설 등 인프라 건설 반대를 오바바 행정부의 대표적 정책 실패 사례라고 지적하면서 키스톤 오일샌드 송유관, 다코타 엑세스 송유관 등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관련 부처 장관 지명자들은 공통으로 화석연료에 우호적이며 기후변화에 부정적인 견해일색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2인은 국무장관에 내정된 렉스 틸러슨(Rex Tillerson)과 에너지장관에 내정된 릭 페리(Rick Perry)이다. 틸러슨은 1975년에 엑손모빌에 입사한 이후 회장을 지냈다. 그는 임기 동안 엑손모빌은 러시아 사업을 중점 추진했다. 릭 페리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최장수 텍사스 주지사였다. 트럼프 정부는 그동안 저유가로 활로를 찾지 못한 미국의 LNG 수출 프로젝트를 우선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인프라 건설과 규제 완화로 미국 내 셰일오일과 가스 생산이 증대되기 때문에 수출 논의는 당연한 수순이다. 트럼프는 석유가스 수출 확대를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미 무역 흑자국들을 상대로 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강력 시사한 바 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는 대미 무역흑자국들의 LNG 도입처를 미국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은 공통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 변동에 매우 취약하며 원자력에 의존해 그 취약성을 극복해 왔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원자력의 대안으로 LNG 수입 다변화를 모색해왔다. 한국은 미세먼지 대책으로 석탄화력 발전을 축소해야 하는 동시에 원자력 발전의 안전 문제에 대한 사회의 불안감 확산으로 천연가스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확대가 중요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기존 기조는 유지하면서 석유·가스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확대를 동시에 모색하는 외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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