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본의 아니게 서울시 출입기자라는 이유로 요즘 종종 듣는 소리가 있다. 어제도 몇몇 지인으로부터 "박원순 시장, 도대체 왜 그러냐?, 왜 그렇게 조급하게 구는 거야?"는 말을 들었다. 최근 박 시장이 제기한 '문재인 청산론', '촛불공동경선론' 등을 두고 하는 말들이다. 야당을 분열시키는 자해성 공격, '자상하고 온화한' 박 시장의 평소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행동이라는 비판이다. 촛불공동경선론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지지율 추락에 조급한 나머지 나온 '덜컥수'라는 비판이 나온다.박 시장의 머리속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는 이상,서울시를 몇년 출입했다고 이런 질문에 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를 비교적 오래 지켜본 사람으로서 짐작 정도는 내놓을 수 있다.결론적으로 박 시장의 최근 대선 관련 언행은 단순 정략 발언이 아니다. 평소 자신의 생각과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주장이다. 문재인 청산론만 해도 그렇다. '문재인 대세론'에 빠지지 말고 객관적으로 보자. 야당이 정권을 바꾼다고 하더라도, 누구ㆍ어떤 세력이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문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광으로 2012년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대선 패배로 잠시 주춤한 것을 빼면 큰 고난 없이 무난하게 살아왔다. 젊은 시절 학생운동과 인권변호사 활동을 펼치고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지만 고칠 곳 많은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에 대해 속속히 들여다보고 고민할 기회는 적었다.반면 박 시장은 한국의 대표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비영리 공익 재단인 아름다운재단, 사회적 기업 아름다운가게를 창립하면서 재벌 개혁 투쟁에 앞장서는 등 진흙탕에서 구르는 삶을 살았다. 사회 곳곳의 문제점을 직접 눈으로 보고 해결 방법을 고민한 경험이 있다. 박 시장 입장에선 문 전 대표가 기득권으로 보일 수 있다.촛불공동경선론도 그렇다. 박 시장은 시민단체 시절은 물론 서울시장이 되서도 개혁과 혁신, 연정과 협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박 시장의 연정과 협치 정신처럼, 현재 야권이 힘을 모아 축제처럼 공동 경선을 치뤄 후보를 낸다면 어떻게 될까? 대선 승리 뿐만 아니라 사회 혁신ㆍ개혁도 탄탄한 앞날이 보장된다.실제 지난 17일 기자 간담회에서 만난 박 시장은 최악의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담담함과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도 2%에서 출발했다"며 정조 임금이 자주 썼다던 중용 23장 "작은 정성이 모이면 자신과 세상을 바꾸게 된다, 변화를 만들게 된다"는 문장을 인용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자신을 칭찬했다는 말을 듣자 "혁신가는 혁신가를 알아 본다"며 웃기도 했다.최근 유시민 작가는 JTBC '썰전'에서 박 시장을 향해 "원래 꼭 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인생을 사는 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력만을 목표로 도덕ㆍ체면 다 버리고 돌진하는 정치인들이 귀담아 들을 소리다. 우리 사회도 이제 자리만 노리는 정치꾼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위한 진정성과 소신ㆍ철학으로 무장한 사람을 지도자로 뽑아야 할 때가 됐다.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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