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거스 디턴 '나는 만년 아웃사이더, 트럼프 지지자 공감'

'어쩔 수 없이 힐러리 뽑았지만 지지안해…오바마는 품격있는 대통령'

앵거스 디턴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정치 엘리트들이 보여온 오만함의 산물이다. 미국 사회는 고통받고 있는 백인 중산층 남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전 프린스턴대 교수(사진)는 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소외된 아웃사이더들을 이해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과 영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디턴은 이번 대선에서 마지못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투표를 하긴 했지만 그를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 결과의 최대 장점은 더 이상 클린턴을 좋아하는 척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당선으로 대표되는 변화는 '혁명'이라기보다 '공화당 가치의 부활'이라고 정의하면서 "미국 역사를 들여다보면 유권자들이 민주당 정부에 싫증 날 때마다 공화당이 이기는 결과가 반복됐다"고 언급했다. 디턴은 자신이 마지못해 뽑았다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혹독한 비판을 쏟아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시선을 보이면서도 트럼프의 당선이 주는 메시지를 미국 사회가 분명하게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실과 유리됐던 아웃사이더 관료들이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주류 세력으로 부상하는 것이 혼란스럽다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자신의 부자 친구들로 주요 요직을 채우는 상황에 대해서는 "오바마 행정부 역시 변화에 실패했고 클린턴이 대통령이 됐다면 더 정반대의 상황으로 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턴은 노벨상 수상 이후 아내인 앤 케이스 프린스턴대 교수와 함께 백악관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다고 말하면서 45분간의 만남동안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들의 연구에 큰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효율적인 대통령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품격이 있는 사람"이라면서 "그는 대중에게 도움이되는 것을 파악해 진보적인 관점으로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식인"이라고 평가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디턴은 "나는 스스로를 (항상 행복하지만은 않은) 아웃사이더라고 느껴왔고 이런점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의 심정에 대해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스코틀랜드의 영국 독립을 반대했지만 올해 브렉시트로 결론난 영국의 국민투표를 본 뒤에 많은 스코틀랜드인들처럼 독립 문제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예컨대 스코틀랜드 대학들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럽인들을 모두 내보내야 한다면 끔찍한 일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턴은 삶에 대한 의욕을 잃고 절망에 빠진 백인 남성들 사이에서 약물 이용과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는 미국의 현실이 우려스럽다면서 지난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이런 이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49만명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통제와 같은 약물을 과다 처방하는 의사나 제약사들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약물 중독은 세계화의 부작용보다 더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고 주장했다. '연소득 7만5000달러가 될 때까지 행복도가 증가하다가 그 이후에는 감소한다'는 주장이 트럼프에도 해당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이론의 핵심은 빈곤에서 벗어나면 행복도가 줄어든다는 것이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어떻게 돈을 벌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부를 보유한 트럼프가 더 행복한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트럼프는 항상 주변인들에게 본인 삶의 위대함과 업적, 부 등을 강조해온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불평등과 같이 세계화가 몰고 온 부작용에 대해서 디턴은 세계화 자체가 아니라 이를 잘못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통합을 통해 수십억의 사람들이 빈곤에서 탈피한 것만 보더라도 세계화 자체가 1차적인 해를 입힌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세계화에 따른 불평등이 경제 성장에 해를 입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지나치게 단순한 사고"라면서 "불평등을 구체화하고 있는 부유층이나 거대기업들이 자신들만의 이득을 위해 정치 권력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 바로 문제의 핵심"이라고 잘라 말했다. 디턴은 "세계화는 로봇화 만큼 위협적이지 않다"면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페이스북으로 부를 불리는 것이 다른 사람들을 빈곤하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어렵지만 자율주행차로 인해 많은 운전사들이 직업을 잃게될 것이란 점은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당선, 유럽의 포퓰리즘 강화가 전후 자유주의 경제질서의 종말을 의미하는지를 묻자 "물론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인도와 같은 국가에서는 세계화를 통해 사회적 반대에 대한 억압이 줄었고 세계적으로 여성 인권이 강화되는 등 세계화는 많은 혜택을 줬다"고 말했다.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 된 세계화를 되돌리려는 시도보다는 세계화가 초래한 불편한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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