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 사회부 차장
촛불집회는 진정으로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일까.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시민명예혁명이라는 찬사부터 '언론의 허위 보도에 속아 박근혜 대통령을 모함한다'는 뜬금없는 비난까지 다양한 얘기가 나온다. 물론 각자 알아서 다 해석할 나름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자기 처지와 경험, 판단에 의해 굳어진 생각을 바꾸는 것이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예부터 한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5000명을 먹이는 것보다 중요하고 어렵다는 것을, 예수님도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을 통해 역설했다. 2016년, 한국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시민으로서 촛불집회에서 느낀 교훈을 꼽자면 다음과 같다. 교훈 하나. 세상이 바뀌었음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촛불집회를 보라. 예전처럼 재야 학생운동권이나 야당 세력이 주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후세력'을 굳이 꼽자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들 수 있을 정도로 철저히 평범한 일반 시민들이 이끌어가고 있다. 엄청나게 발달한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온갖 정보가 실시간 유통된다. 누구나 관심과 시간만 있으면 손가락질 몇 번으로도 세상 돌아가는 꼴을 금방 알아낼 수 있다는 얘기다. 공영방송을 다 장악하고, 비겁한 언론들의 목줄을 쥐어도 소용없다. 어느새 국민들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알아내고 있다. 높아진 학력과 국민의식, ICT 기술 덕이다. 구린내가 나는 짓을 하고서도 '돈'과 '권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은폐하고 모른 척 떵떵거리고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는 세상인 것이다. 교훈 둘. 꼰대, 아제들의 시대는 갔다. 권위라는 이름에 기댄 낡은 시대의 관행을 즐기는 것은 이제 '범죄'다. 욕을 하더라도, 시위를 벌이더라도 그 대상에 집중해야지 쓸데없이 여성, 장애인, 비정규직, 성소수자 등을 비난하지 말고 존중해줄 줄 알아야 한다. 기분 나쁘다고 옛날에 배웠던 욕설을 퍼붓는 것은 이제 사춘기 어린 아이들도 비웃는 철없는 일이다. 교훈 셋. 시대와 역사는 되풀이하면서 발전한다. 단 '되풀이'에 방점을 찍지 말고, '발전한다'에 주목하자. 1987년 6월 항쟁과 비슷한 대규모 집회 시위, 청문회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준은 천지차이다. 인간사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고 포기하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라는 점을 배웠다. 수십 년간 자식 세대와 그 자식 세대를 거치면서 조금씩이라도 인류 역사는 전진하고 있었다. 교훈 넷. 권력과 부, 그 어느 기득권도 영원한 것은 없다. 이번 기회에 한국의 기업들도 이를 깨닫고 제대로 반성해야 한다. 권력과 유착하지 않고 철저히 법을 준수하는 도덕·책임·윤리·자율·참여 경영을 해봤으면 한다. 그래야 그나마 생사 존망의 사이클을 좀 더 길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김봉수 사회부차장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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