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거짓 광고' 폭스바겐에 역대 최대 과징금 373억원 부과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폭스바겐이 인증시험 때만 배출가스 저감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조작해놓고 친환경성과 성능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고 거짓으로 광고했다가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일 "판매 차량이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고 동시에 높은 성능과 연비를 발휘하는 것처럼 거짓으로 광고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과징금 373억26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폭스바겐 악티엔게젤샤프트(폭스바겐 본사) 등 2개 법인과 전·현직 고위임원 5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 본사, 아우디 악티엔게젤샤프트(아우디 본사) 등에 시정·공표 명령을 내렸다.폭스바겐에 부과된 과징금은 공정위가 표시광고법 위반을 이유로 부과한 것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고발 대상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안드레 콘스브루크 전 대표이사, 테렌스 브라이스 존슨 현 대표이사, 트레버힐 전 총괄대표, 요하네스 타머 현 총괄대표, 박동훈 전 사장 등이다. 아우디 본사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주식 100%를, 폭스바겐 본사는 아우디 본사의 지분 99.55%를 보유하고 있다.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2007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인증시험 때만 유로-5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충족하도록 조작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차량에 장착하고도 마치 평소 때에도 저감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광고했다.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줄어들지만, 출력이 줄고 연료가 추가로 소비돼 연비가 낮아지는 단점이 있다.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인증시험 때는 배출가스 저감장치 작동률이 높아지는 모드1이 작동되도록 하고 그 외 주행 때는 저감장치 작동률이 떨어지는 모드2로 변환되도록 해 성능 저하를 막았다.이처럼 폭스바겐은 자체 기술로 높은 연비와 성능을 유지하면서 배출가스량을 줄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음에도 마치 성능과 친환경성 기준을 모두 충족한 것처럼 광고했다. 폭스바겐은 잡지, 보도자료 등을 통해 "하이브리드카를 넘보는 연비와 친환경성" "미국 50개 주의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시키면서도 탁월한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등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해 차량을 홍보한 것으로 조사됐다.조사 과정에서 폭스바겐은 자신들이 생산한 차량이 환경 기준을 충족한 상태에서 광고한 연비·성능을 발휘하거나 경쟁 차량보다 우수한 연비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폭스바겐이 인증시험 외 상황에서 배출가스량이 기준에 미달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친환경 차량으로 광고했다는 점에서 거짓·과장성, 기만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배출가스량, 차량 성능, 연비 등을 직접 검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입 디젤 승용차 시장의 1위 사업자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광고를 신뢰할 수밖에 없어 피해를 막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공정위는 최근 황사·미세먼지 등의 영향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폭스바겐의 허위광고가 더 큰 영향을 발휘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허위광고 기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디젤차량 판매량은 이전보다 약 15배 급증했으며 지난해 9월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알려진 뒤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0~33% 감소했다.표시광고법 위반 행위에 대해 관련 매출액의 최대 2%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공정위는 구체적인 거짓 표현 문구가 방송·신문 등 일부 매체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1% 부과율을 적용했다. 장덕진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제재 수위를 결정할 때 파급효과를 감안하는데 파급효과가 큰 방송 등에는 주로 이미지 광고만 있었고 구체적인 허위 표현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말했다.이번 과징금은 해외 경쟁당국의 결정과 비교해도 규모가 큰 편이다. 이탈리아 경쟁당국은 폭스바겐의 친환경 거짓광고에 대해 약 500만 유로(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브라질·대만 경쟁당국도 각각 28억원, 1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결정했다. 미국 법원은 지난 10월 소비자 손해배상 등을 포함한 총 147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동의의결안을 승인했다.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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