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남극 화산 통해 백두산 폭발 예측한다

국제 연구팀 '946년 백두산 폭발 규모 상당해'

▲남극의 활화산 중 하나인 멜버른 화산(오른쪽).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946년 백두산이 폭발했습니다. 이후 약 1000년이 흘렀습니다. 백두산은 또 다시 폭발할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폭발 당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시의 화산 폭발은 암석 등에 그대로 흔적을 남깁니다. 이를 분석해 시뮬레이션하면 당시 폭발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946년 폭발한 백두산의 화산 가스는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큰 규모였다. 다만 기후변화에는 큰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국제 연구팀이 백두산 화산폭발을 연구한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국제 연구팀은 11월30일(현지 시간)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백두산의 '천년의 폭발'은 거대 규모였음에도 1815년 발생한 인도네시아의 탐보라 화산과 비교하면 기후변화에 미친 영향은 적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탐보라 화산이 폭발했을 당시 약 28 메가톤(1메가톤은 100만 톤)의 '황'이 대기권으로 방출됐습니다. 연기 때문에 지구 온도가 1도 낮아지는 엄청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여름이 없는 1년'이란 유명한 말이 기록됐습니다. 국제 연구팀은 "백두산의 바위 등을 분석한 결과 946년 백두산이 폭발했을 때 탐보라 화산폭발보다 더 많은 45메가톤의 황이 방출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케일라 라코비노(Kayla Iacovino)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화산학자는 "백두산 폭발은 거대한 규모였다"며 "그럼에도 기후변화에는 매우 작은 영향만 끼쳤다"고 말했습니다. 그 배경으로 연구팀은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라코비노 박사는 "백두산은 고위도 화산"이라며 "분출 시기가 겨울이었고 성층권에서 가스가 빨리 없어지는 등 열대지역의 화산 폭발과 달라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에는 북한을 비롯해 미국, 영국 등 국제연구팀이 공동 수행했습니다.

▲국제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946년 백두산 폭발로 45메카톤의 황이 분출된 것으로 파악됐다.[사진제공=라코비노/사이언스]

백두산은 또 다시 폭발할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화산가스 비율을 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난 11월 중순 남극 정보고 과학기지를 취재하고 돌아왔습니다. 남극에는 에레부스, 리트만, 멜버른 등 지금도 가스를 분출하는 활화산이 있습니다. 미국이 집중 연구하고 있는 에레부스 화산은 시뻘건 용암이 직접 관찰되는 지역입니다. 리트만 화산은 직접 관찰한 결과 가스가 분출되고 있었습니다. 멜버른 화산도 2014년 국내 연구팀이 20여년 만에 화산가스 분출을 확인한 지역입니다.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의 하계연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가 '화산 연구'입니다. 남극 활화산의 화산가스 비율을 정기적으로 측정해 어떻게 변하는 지를 파악합니다. 이미정 극지연구소 박사는 "화산가스는 폭발하기 직전까지 일정한 패턴을 보이면서 변한다"며 "그 비율 변화를 면밀히 관측하면 백두산 폭발 시점 등을 유추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946년 '거대한 폭발'이 있었던 백두산. 1000년 넘게 그 모습을 숨기고 있는데 언제 폭발할 지는 정확히 가늠할 수 없습니다. 다만 폭발한다면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수준'이라는데 전문가들은 대부분 동의합니다. 화산가스 패턴 분석 등으로 그 시점을 알아내는 데 전 세계 과학자들이 집중하고 있습니다.

▲남극의 리트만 화산은 지금도 가스를 방출하고 있다. 화산 가스 비율 분석을 통해 폭발시점을 알아낼 수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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