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9일(현지시간)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붙태우는 행위는 처벌을 받아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트위터에 "그 누구에게도 미국 국기를 불태우는 것이 용납돼서는 안 된다. 만약 그런 일을 저지르면 처벌을 받을 것이다. 아마도 시민권 박탈이나 징역형"이라는 글을 올려 미국 사회를 어리둥절케 했다. 최근 '성조기 방화'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측은 오히려 논란을 부추기려는 모습을 보였다. 제이슨 밀러 대변인은 이후 CNN 방송에 출연, "성조기를 불태우는 것은 완전히 비열하고 터무니없는 행위"라면서 "대다수 국민이 내 말에 동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조기 방화 처벌 논란'은 미국 사회에 잠복해있는 뜨거운 감자다. 미국민 대다수는 성조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각종 집회에서 성조기가 불태워지는 것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보수층들은 성조기 훼손을 엄중히 처벌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내 여론과 법적 판단은 이와 다르다. 연방대법원은 1989년 성조기 훼손을 불법으로 규정한 국기보호에 관한 연방법과 48개 주의 법률이 미국의 수정헌법에서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후에도 성조기 훼손자 처벌에 관한 법안이 미국 하원에서 7차례나 발의됐지만 번번히 상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갑자기 '성조기 훼손 처벌 논란'을 제기한 것은 보수파 지지층의 결집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자는 최근 정부 인수 인계 과정에서 정체성 논란과 함께 대선 재검표 실시 등 악재에 발목이 잡혀있는 형국이다. '성조기 훼손 처벌' 주장은 트럼프의 강력히 지지했던 백인 보수층의 입맛에 딱 맞는 소재인 셈이다. 하지만 역풍이 심상치 않다. 아군인 공화당 지도부조차 헌법 정신을 훼손하려는 주장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성조기 훼손도) 수정헌법 1조에서 보호하고 있는 기본권이라고 대법원이 분명히 판결한 바 있다"면서 "우리는 유쾌하지 않은 표현이라도 보호하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도 "국기를 존중하더라도 수정헌법 1조의 권리를 보여주길 원한다면 우리는 그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반박했다.대부분 언론들도 일제히 비판적 논조를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나 워싱턴포스트(WP)들은 일제히 "트럼프 당선자가 대법원 판결을 뒤집으려는 주장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CNN은 미국 보수파의 거목이었던 안토니 스칼리아 대법관이 생전에 "국기를 훼손하는 것은 잘못 됐지만 이는 수정 헌법 1조에 의해 보호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힌 자료 화면을 내보기도 했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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