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초대형IB 광폭 행보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을 대형 투자은행(IB)으로 키우기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를 합병해 덩치 키우기 경쟁에서 멀찍이 앞서가고 있는 '라이벌'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추격전에 나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3일 금융지주회사인 한국금융지주를 대상으로 9621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당 2만7400원을 배당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 대상 중간배당은 2005년 6월 동원증권과 통합 이후 처음이다. 배당금 전액은 한국투자증권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금융지주로 유입된다. 김 부회장의 행보는 최근 한 달 새 급격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금융지주를 앞세워 지난 11일 유동성확보를 목적으로 225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발행에 나선 데 이어 15일에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김 부회장은 미래에셋대우, KB증권의 통합 작업이 한창이었던 지난 9월만 해도 한국투자증권의 몸집을 키우는 데 소극적이었다. 김 부회장은 9월8일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투자증권 채용설명회에서 "외형만 늘리기보다 내실이 더 중요하다"며 자기자본 확충계획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신 데 이어 주요 증권사들이 잇달아 자기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박 회장이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합병 작업을 성공리에 마무리해 통합법인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 김 부회장의 '승부욕'을 자극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 부회장은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지점장 출신인 박 회장에게 '라이벌 의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합 미래에셋대우가 출범하면 자기자본 6조60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하게 된다. 한국금융지주는 이번 한국투자증권으로 받는 중간배당금을 합쳐 약 1조6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게 될 전망이다. 앞서 한국투자저축은행과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각각 1400억원, 500억원을 중간배당으로 받았다. 회사 측은 회사채와 배당금을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 확충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내년 초대형 IB 시행을 앞두고 지주사 출자여력을 확보해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 확대에 나서는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이중레버리지비율(130%)을 활용해 한국투자증권 유상증자에 나설 계획이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에 출자금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을 의미하며 금융지주회사의 자기자본이 커질수록 대규모 출자에 유리하다. 지난 9월 말 기준 약 3조3000억원의 자기자본을 보유한 한국투자증권은 7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하면 초대형 IB 자기자본 기준인 4조원을 충족할 수 있다. 4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확보한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2개사에 불과하다. 자기자본이 3조원대인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기업어음을 발행할 수 있고, 기업 환전 업무 등 일반 외국환 업무를 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IB 강화는 은행 쪽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김 부회장의 행보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우리은행 지분 4%를 사기로 했다. 한국투자금융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김 부회장은 이달 내 이사회를 열고 한국투자증권 유상증자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자본확충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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