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經 악의 고리 이젠 끊자]'눈먼 돈의 잔치'되는 정부 주도 금융권 재단

정부출연재단에 정피아·관피아 금융사 관련 재단에 내려와 고급 승용차·비서 요구하고 인건비 높여 받아

대한민국이 최순실게이트의 블랙홀에 빠져 한치 앞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국정의 리더십은 실종됐고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얼어붙었다. 국민의 삶의 질은 더욱 팍팍해진 가운데 비선실세의 농단에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이 공모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도대체 뭐가 문제였나"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가"라는 한탄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악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제언을 싣는다. <편집자주>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관제펀드, 준조세, 반강제 모금…' 금융권이 미소금융재단, 청년희망펀드, 은행권 청년창업재단과 같은 정부 주도의 기금이나 펀드, 기금 등을 바라보는 시각은 민간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은행, 보험사 등 금융사의 경우 영리기업인 동시에 공적기관의 역할이 강하다는 점,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제재를 받는 '라이선스 산업'이라는 점 탓에 정부 눈치를 더 크게 볼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기업이야 세무조사 정도 받고 끝나지만 금융사는 금융감독당국의 규제와 제재를 받다보니 더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은행은 기업과 달리 내 돈이 아니라 남의 돈으로 영업을 하는 곳이니까, 모금이 더 문제가 될 수 있죠."(시중은행 관계자) 정부주도의 기금이나 재단을 바라보는 금융사들의 시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수 고객의 수신을 기반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은행의 특징은 '내돈'이 아닌 '공공의 돈'을 이용해 이같은 재단 사업에 뛰어들기 때문에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가 발생하기도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 돈이 아니니까 기금 출연도 더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 하는데, 반대로 남의 돈이기 때문에 사실상 주인이 없는 은행의 경우 그런 의사결정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지원사업이 5년 임기로 바뀌는 행정부의 주기에 따라 동력을 잃거나 횡령사건에 휘말린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서민금융 3종세트로 불리는 햇살론, 새희망홀씨, 미소금융제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나온 국민행복기금(바꿔드림론)에 밀려 제대로된 금융상품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경제교육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경제교육협회의 경우도 국가보조금 36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제교육 주관기관 지정이 해체됐다. 아무리 좋은 명분으로 설립된 재단이라해도 방탕하게 운영되거나 막대한 지출로 비효율을 낳기도 한다. 외부 인사들이 들어와 인건비와 운영비를 따로 쓰게돼 돈이 더 많이 나가는 경우다. 시중은행 사회공헌재단 관계자는 "정부 주도의 재단이 만들어지면 재단 운영사무국이 만들어진다. 월급이나 운영비로 쓸데없이 돈이 나간다"면서 "그러다 정권이 바뀌면 사무국도 없어지는데 그간 모았던 돈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은행 수익에서 쓸 수 있는 사회공헌 금액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런 재원을 뺏기면 애초에 하려고 했던 사회공헌재단의 총량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주도로 설립되는 재단에 경력과 무관한 사람이 내려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상임이사나 감사 등이 대게 선출직이 아니라 임명직이기 때문에 정부의 낙하산이 꽂히는 경우다. 이들이 재단에 내려와서 수행비서 고급자가용을 요구하는 것도 공통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전직 금융재단 관계자는 "재단은 수익을 내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어떡해서든 비용을 줄이는 것이 경영의 관건이다"면서 "하지만 대선캠프나 정부부처에서 전혀 관련없는 사람이 내려와 과한 대접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업계와 전문가들은 은행 자율에 맡기는 형태로 일자리, 서민금융, 정책금융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건 지속성의 문제"라면서 "관(官) 주도로 하든 민(民)에서 하든 좋은 취지의 기금이나 모금·재단 사업은 지속적으로 투명하게 운영되야 하는데 관 주도 사업은 항상 정권이 바뀌면 동력이 떨어지거나 문제가 터지고 있다"면서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이같은 재단의 문제도 다시한번 환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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