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詩] 거짓말처럼 피노키오를/석민재

아무도 믿지 않았어요개에 물린 상처에는 이빨이 박혀 있고나무는 피를 흘릴 수가 없어서 울지도 못해요드러낼 앞니가 없어서 노려보지도 못해요나뭇잎 무늬 잠옷을 입고 그네를 타요입이 없는 눈사람과 키스를 해요어른이 아니야 정말 어른이 아니야아직도 이 젖병에는 푸른 움이 돋잖아요날씨가 맑으면 손가락인형을 사러 시내에 가요당신은 엄마가 아니에요 나는 엄마가 없어요머리를 긁으면 비듬 같은 거짓말이 줄 줄눈밭에 개를 묻었어요 빨간 팝콘이 피었어요 거짓말이 아니에요 새빨간 거짓말이 아니에요목 잘린 개가 다시 살아났잖아요개에게 물린 자국에도 파란 움이 돋았어요나도 앞니가 생기려나 봐요 풋풋풋 웃을 때마다 불에 탄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렸어요덧칠할수록 희미해지는 그림을 그렸어요거짓말처럼 거짓말처럼 피노키오를 
 ■ 이건 비밀인데요, 저는요, 실은 피노키오예요. 나무로 만들어진 인형이에요. 나무로 만들어져서 개에게 물려도 "피를 흘릴 수가 없"어요. 아파도 울 수가 없어요. 아픈데 울지 않으니까 거짓말을 하는 거라구요? 아니에요. 실은 울고 있어요. 울고 있는데 울 수가 없어요. 저도 이해할 수가 없지만 정말이에요. "거짓말이 아니에요". 그리고 저는요 엄마가 없어요. 진짜로 엄마가 없는데 엄마가 없다고 말하면 아무도 믿지를 않아요. 그렇다고 엄마가 있긴 있었다고 말하면 그건 정말 거짓말이잖아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은데 정말 하고 싶지 않은데, 정말을 말하면 사람들은 저더러 자꾸 거짓말을 한다고 그래요. "새빨간 거짓말이 아니에요". 저는요 제가 본 것만 말하고 진짜만 말해요. 저기 보세요. 저기 정말로 "목 잘린 개가 다시 살아났잖아요". 그리고 여기여기 "개에게 물린 자국에도 파란 움이 돋았어요". 진짜라구요, 진짜. 당신은 진짜 저를 믿지 않는군요. 이번 겨울엔 꼭 "입이 없는 눈사람과 키스를" 할 거예요. 그래요. 또 또 거짓말을 한다고 비웃어도 괜찮아요. 전 꼭 그럴 거니까. 제가 어른처럼 보이나요? "풋풋풋" 전 아직 어른이 아니에요. 이제 "나도 앞니가 생기려나 봐요". 그런데, 제 코 참 작고 이쁘죠? 채상우 시인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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