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백남기씨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지 358일, 사망한 지 41일 만에 열린 장례식에는 1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추모했다.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기하영 기자]지난해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후 끝내 사망한 고(故) 백남기씨의 서울 장례 절차가 마무리됐다. 고인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지 358일, 사망한 지 41일 만에 열린 장례식에는 시민 1만5000여명이 참여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추모했다.5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백씨 유족들과 백남기 투쟁본부 장례위원회는 백씨의 발인을 진행했다. 장례는 천주교식으로 이뤄졌으며 장례식장 지하1층 안치실에서 5분여간의 미사 후 오전 8시7분께 발인이 시작했다. 선두에서는 고인의 아들인 백두산씨가 영정 사진을 들었고, 그 뒤로 백도라지·민주화씨 등 유족들과 시민 100여명이 함께했다. 백씨의 관은 검은색 운구차에 실려 명동성당으로 옮겨졌고 오전 9시부터 장례미사가 엄수됐다. 염수정 추기경의 집전과 김희중 대주교의 강론으로 진행된 이날 장례미사에는 문재인, 심상정, 윤소하 의원 등 야당 정치인을 비롯해 성직자와 시민 등 1200명이 모였다. 일부 시민들은 미사가 진행되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염 추기경은 "현재 (나라가) 큰 위기와 혼란에 빠져있다. 진정으로 이웃을 위하기보다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가 세상을 불의로 얼룩지게 한다"며 "미사를 통해 우리가 생명 고귀함을 잊지 않고 늘 깨어있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말했다. 장례미사가 마무리 된 후 유족과 시민들은 백씨의 관을 들고 명동성당에서 종로1가를 거쳐 백씨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종로구 르메이에르 빌딩까지 행진했다. 백씨가 그려진 그림을 선두로 80개의 만장과 200여명의 시민이 뒤를 이었다. 1시간에 걸친 행진 뒤에는 30분간 노제를 치렀다. 백씨가 쓰러진 곳에는 국화와 장미가 뿌려졌고, 소리꾼의 마당과 추모사 등이 이어졌다.오후 2시부터는 광화문광장에서 '고 백남기 농민 민주사회장(葬) 영결식'이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백씨의 유족을 비롯해 노동, 종교 등 각종 단체 관계자와 야당 정치인 등 주최측 추산 1만5000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백씨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나눠 들고 엄숙한 표정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추모했다.
집회에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추도사를 했다.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우리는 오늘 견딜 수 없는 슬픔과 비통함을 억누르고 백남기 농민을 보내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했다"며 "고인을 보내드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묻겠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한 여인의 남편이었고, 두 딸과 한 아들의 자상한 아버지였던 백남기 농민을 우리는 이렇게 황망하게 떠나 보낸다"며 "300여일 동안 병상에 누워 있었지만 책임자 어느 누구도 찾아오지 않고 오히려 부검의 칼날을 대려고 한 부도덕한 권력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나"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이어 "오늘 이 집회에도 경찰은 소방수 사용을 요청해 왔지만 이를 불허했다"며 "백남기 농민이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기 위해 이제 우리가 나서 촛불을 들겠다"고 말했다.이날 약 8시간에 걸쳐 진행된 서울 장례 절차 이후에는 백씨 고향인 전남 보성군으로 장소를 옮겨 장례를 계속 진행한다. 유족과 장례위원회 관계자들은 6일 오전 9시 전남 보성군 보성역과 오전 11시 광주 금남로에서 또 한 차례 노제를 가질 예정이다. 이후 백씨는 광주 망월동 5·18 구묘역에 안장되면서 모든 장례가 마무리된다.한편 이날 영결식 이후에는 오후 4시 광화문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가 개최되고 있다. 주최 측 추산 최대10만명(경찰 추산 3만∼4만명)이 집회 현장에 모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현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할 예정이다.경찰은 폭력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유연하고 평화적으로 대응하면서도 혹시 모를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220개 중대 1만7000여명을 투입했다.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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