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 소재가 드러남에 따라 그의 입국시기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가 정치권의 요구에 화답하듯 강제 송환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지만 진상규명이 속도를 내려면 자발적인 입국이 상책이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최씨 강제송환 여부를 묻는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소재를 파악해서 형사 사법공조를 통해 국내로 송환하는 절차를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실질적인 송환 소요 시간에 대해서는 “국제 관계라 쉽게 답하기 어렵다”며 거리를 뒀다. 지난달 초 한국을 떠나 독일로 건너간 최씨는 딸 정유라씨와 함께 여전히 독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27일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거처를 마련한 독일 헤센 주 프랑크푸르트 인근과 크게 떨어지지 않은 지역에서 은둔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종적이 묘연한 최씨를 두고 유럽연합 회원국내 자유통행을 보장하는 솅겐조약 등을 근거로 이미 독일을 빠져나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곤 했다.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로 시인한 연설문 사전 유출을 인정하면서도 그 출처에 대해서는 논란 속 태블릿PC가 아닌 이메일을, 청와대 보좌진 접촉시기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 당선 직후 취임 이전까지로 해명하며 그간 제기된 ‘비선실세’ 의혹에 선을 긋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국가기밀·국가기록 문제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고 하나, 본인의 형사처벌 가능성은 미뤄두더라도 당선인 신분부터 생산·접수 보유한 대통령기록물은 국유 재산으로 유출 연루자들에 대한 책임까지 무마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출 경위로 지목된 이메일의 경우 민정수석실, 총무비서관실 등 청와대 관계자들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외에 머무는 내국인을 강제입국시키려면 일단 대상이 형사 피의자로서 체류국의 조력이 뒤따라야 한다. 가용한 수단은 형사사법공조를 통한 범죄인 인도청구, 여권무효화 조치에 따른 해당 국가의 강제추방 등이 있다. 여권무효화 조치는 외교당국 소관이다. 여권법상 외교부장관은 범죄인을 상대로 기간을 정해 여권 반납명령을 한 뒤 미반납을 사유로 여권을 무효화할 수 있다. 이는 법무부장관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이 역시 이미 재판에 넘겨졌거나, 장기 3년 이상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짓고 국외로 달아나 기소중지 처분된 경우라야 한다. 한국은 유럽연합 회원국 등 유럽평의회 소속 47개국과 맺은 형사사법공조 및 범죄인인도에 관한 유럽 협약이 2011년부터 발효 중이다. 사람·물건의 소재를 쫓거나 물증·진술 등 증거 확보를 위해 공조할 수 있고, 신병을 넘겨받으려면 양국 법률 모두 1년 이상 징역·금고 이상의 처벌을 가하는 경우라야 한다. 최씨를 넘겨받으려면 검찰이 그에 대한 유죄판결, 체포영장 등 신병 처분을 다룬 영장과 더불어 범죄경위를 기재한 확인서를 첨부한 인도청구서를 법무부·외교부를 통해 현지 사법당국에 보낸다. 인도여부는 상대국, 현재로서는 독일의 사법절차에 따라 결정되며 법무부가 현지 주재 대사관 등을 통해 협력을 설득하기도 한다. 한국·독일 모두 현지 법원이 인도여부를 정하며, 한국은 범죄인의 동의를 요한다. 다만 수사진행 경과, 번역과정 등 구비서류 마련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양국 간 의사교환이 이뤄지는 데만 통상 수개월이 걸린다. 서울중앙지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사건 수사팀(팀장 한웅재 형사8부장)은 전날 최씨의 서울 및 강원 홍천 소재 주거지·거처 4곳, 최씨 개인회사 더블루케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최씨에게 적용한 횡령의 경우 최소 5년 이하, 금액에 따라 3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범죄다. 요건은 충족되지만 검찰이 최씨에 대한 체포영장과 함께 그간 조사한 범죄사실을 기재한 인도청구서 첨부서류를 준비하는 데만 번역 등 포함 최소 1~2주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검찰 처분이 선결과제인 셈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27일 기존 수사팀에 특수1부를 추가 투입하고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김 총장은 수사본부에 “철저하게 수사해 신속히 진상을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법무·검찰 보고라인 특성상 최순실 의혹 관련 잠재적인 수사대상인 청와대로 수사경과·방향이 노출될 우려에 대해서는 특별수사본부가 독립 수사하고 수사결과만을 총장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검찰이 전방위 압수수색에 이은 수사팀 독립·보강으로 ‘물량공세’에 나섰지만 정치권의 특별검사 도입이 급물살을 타며 조만간 칼자루를 내려놓게 될 공산도 크다. 양국 절차가 원활히 진행되더라도 최씨 본인이 발목잡을 우려도 있다. 세월호 사건 관련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딸 섬나씨 사례에서 보듯 인도절차 자체에 수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 그는 인터폴 적색수배 이후 2014년 프랑스 경찰에 체포된 이래 장기간의 인도재판을 거쳐 올해 3월 현지 사법부도 인도결정을 내렸지만, 본인이 유럽인권재판소 제소 등 강하게 불복하며 여전히 한국 땅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이에 최씨 본인이 입국 의지를 보이는 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최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본인 건강 및 딸 유라씨 신변우려 등을 이유로 입국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지인을 통해 귀국 의사를 전한 것으로 전해져 최씨 본인과 주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씨가 종적을 감춘 동안 그의 개인회사로 알려진 더블루케이나 미르·K스포츠재단 일부 관계자들은 그를 ‘회장님’, 실질적인 지배자로 지목해 와 진실공방의 끝을 맺으려면 본인 조사는 필수적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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