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사퇴촉구로 정치적 압박을 받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28일 오후 국회 본청으로 들어오고 있다.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과 그의 사퇴를 요구하며 국정감사를 전면 거부해온 여당 간에 대화 재개의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고 있다. 새누리당은 겉으론 투쟁강도를 높였지만, 당 원로 등을 통한 장외 협상에 나섰고, 정 의장도 여당의 '국감 복귀'를 전제로 대국민 유감 표명 등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지도부와 정 의장의 본격적인 '출구전략' 모색이 시작된 셈이다. ◆與, 丁의장과 대화창구 지속…본격 대화 예비 단계= 29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야당만의 '반쪽' 국감이 시작된 지난 26일부터 정 의장과 친분이 있는 당 안팎의 관계자들을 통해 의장실과 대화창구를 열어왔다. 의장실 관계자는 "여권 인사들이 (주로) 전화 접촉을 해왔으나 아직까지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뉴질랜드 출국이 예정된 정 의장도 뉴질랜드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국회 밖에서 개인일정을 소화했다. 파행정국의 해법을 찾기 위한 숙고의 시간으로 풀이된다. 다만 여당이 '정 의장의 사과와 유감 표명'을, 정 의장은 여당의 '국감 복귀'를 국회 정상화의 선행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본격적인 대화가 재개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양 측의 다소 누그러진 분위기는 이날 오후 감지됐다.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일일 단식중이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정 의장이) 사퇴를 요구받는다고 하겠느냐"면서 "이치에 맞게만 해달라"고 사실상 협상을 제안했다. 지난 24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과정에서 불거진 정 의장과의 전면 대치 이후 닷새 만이다.
일일 단식중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를 찾은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오른쪽).
◆정진석 "정치에 완승이란 없다…이치에만 맞게 해달라"= 그는 또 "정치에 완승이란 없다. 서로 정치하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우리도 '맨입'으로 복귀하냐"고 말했다. 이어 "의장이 납득할 만한 말씀을 주시면, 나도 얼마든지 더 숙일 수 있다"며 "이는 어떻게 보면 간단한 문제가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또 "(여당) 의원들을 격앙시키면 안 된다. 입법부 수장으로서 의원들과 국민에게 대인적 풍모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정 원내대표는 아울러 "정 의장을 좋아했다. 대학 선배이고 의정활동을 하면서 관계도 좋았다"고 말했다. 막말이 오간 지난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 대해선 "감정이 격앙되다보니 (정 의장에게) "야"라고 했다. 국회가 정상화되면 선배(정 의장)에게 정중히 사과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 원내대표의 단식 농성장에는 정 의장의 최측근인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과 김교흥 의장비서실장이 다녀갔다. 양 측이 국회 정상화를 위한 본격적인 수싸움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정 원내대표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와는 대화창구를 열어놓고, 수시로 문자메시지와 전화를 주고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 측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있다.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의 적법성을 강조하며 '요지부동'하던 정 의장은 최근 장외에 머물면서 파행 정국을 되돌리기 위한 해법을 찾고 있다. 이날 오후 뉴질랜드 의회와의 양자외교를 위해 뉴질랜드행 비행기에 탑승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취소하고 국회 밖에 머물렀다.의장실 관계자는 "여당 측 인사들이 종종 (의장에게) 전화가 오지만 구체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여야 원로 통한 정상화 모색 시작, 다음달 3일이 마지노선= 정 의장은 야당 원로들과 주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여당 측 원로들과 의견을 교환한 야당 원로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고교 동기인 우윤근 사무총장을 단식중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에게 보내 "건강이 우선이다. 건강해야 대화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나흘째 단식중인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9일 국회 대표실을 찾은 정진석 원내대표와 대화를 하던 중 힘든 표정을 짓고 있다.
결국 정 의장과 여당의 대치는 누가 먼저 자존심을 좀 더 내려놓느냐에 따라 실타래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 의장은 전날 이 대표가 자신을 타깃으로 한 규탄대회에서 여당 의원들에게 국감 복귀를 당부했다는 소식을 반겼다. '반쪽' 국감 탈피를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계획했으나 여당 의총에서 이 대표의 당부가 뒤집히자 간담회는 취소됐다. 이런 가운데 협상의 물꼬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의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틀 것으로 보인다. 시기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다음달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야 원내대표가 협상을 통해 개천절인, 다음달 3일 이후 야당만의 '반쪽' 국감을 정상화시킬 것이란 예측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정 의장도 시간이 촉박하다. 호주에서 열리는 믹타(MIKTAㆍ 5개 중견국 협의체)회의 참석을 위해 다음달 3일 출국해야 한다. 공식 행사인 믹타는 뉴질랜드 일정과 달리 취소할 수 없다. 자칫 시기를 놓치면 해법 찾기가 난망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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