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15주기, 한명씩 이름불린 2753명

15년 전 911테러로 인한 희생자의 이름이 적혀 있는 그라운드제로의 사우스폴의 모습. 사우스폴은 붕괴된 월드트레이드센터가 있던 자리로 가운데 구멍으로 물이 흐르고 있다. (사진=황준호기자)

[아시아경제 뉴욕=황준호 특파원] 11일(현지시간) 오전 8시 해를 가린 구름 속 수 천명의 추모객이 미국 뉴욕 로어(lower) 맨해튼에 위치한 그라운드 제로(구 월드트레이드센터 자리)를 찾았다. 백파이프 연주와 교회의 종소리가 가득한 가운데 잃어버린 가족의 사진을 가슴에 붙인 사람도, 꽃을 사들고 희생자를 기리는 사람도 모두 15년 전 악몽을 떠올리며 평화의 의미를 가슴에 다시 새겼다. 오전 8시40분이 되자, 2001년9월11일 발생한 항공기 자살 테러 희생자 2753명의 이름이 차례로 호명됐다. 15년 전 아프가니스탄의 알카에다 테러리스트에 의해 공중 납치된 항공기 두 대는 쌍둥이 월드트레이드센터를 들이받았다. 희생자 2753명 중에는 343명의 소방관과 23명의 경찰, 37명의 뉴욕 뉴저지 항만공사 직원도 있었다. 8시46분, 종이 울렸다. 15년 전 첫 번째 충돌이 있었던 시각이다. 추모객들은 고개를 숙였다. 두 번째 비행기가 빌딩과 충돌했던 9시 3분에도 종이 울렸다.테러로 형을 잃은 짐 지악콘씨는 미 뉴스 채널 CNN을 통해 "15년은 15초와 같았다. 상처는 아직 그대로이며 우리는 매일 그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뉴욕 추모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유세를 일시 중단하고 추모 발언 없이 행사에만 참석했다. 워싱턴DC에서도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15년 전 오전 8시37분 테러리스트는 납치한 비행기를 국방부에 떨어뜨렸다. 184명이 이곳에서 사망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애쉬 카터 국방 장관과 함께 국방부 메모리얼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15년은 긴 시간 같지만 희생자 가족들에게는 어제와 같은 시간일 것"이라고 위로했다. 이어 "3000명의 아름다운 목숨은 절대 잊혀 질 수 없으며, 당신들은 우리에게 미국이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밝혔다. 펜실베니아주 플라이트 93 메모리얼에서도 추모 행렬이 자리했다. 15년 전 40명의 승객과 승무원들은 캐피톨(미 국회의사당)로 향하는 테러리스트를 저지했고 비행기는 펜실베니아주 섈크스 빌에 추락했다. 미국에서는 이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대부분 추모 행사가 진행됐다. 미식축구와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장에서도, 추모 행사로 마비된 로어 맨해튼의 지하철에서도 사람들은 추모의 한 마디를 건네며 그날을 기억했다. 뉴욕=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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