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수출입 화물의 발이 묶이고 운임이 폭등하는 등 한진해운발(發) 물류쇼크가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비상대응팀과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며 대처에 나섰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행태가 또 반복됐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해운업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 방안이 검토된 지 1년가까이 지났음에도 정부는 당장 이번 사태에 따른 국내 수출입 피해규모조차 가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미 수차례 예고된 물류쇼크에 대한 준비는 없었던 셈이다.2일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직후 '해운ㆍ항만ㆍ물류 비상대응반'과 '수출 물류 애로 해소 태스크포스'(TF) 운영에 돌입했다. 우선 다음주 부터 미주노선 등에 현대상선의 대체선박 13척을 투입하기로 하고, 억류된 선박의 선원 송환조치에 착수했다. 또 중소ㆍ중견기업의 수출입 물류 애로사항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한편, 수출입운임할인서비스(RADIS) 등도 안내하기로 했다. 선박펀드를 통한 선대규모 확충 등을 포함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도 이달내 마련한다.정부는 이번 사태로 인해 향후 2∼3개월 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한진해운 선박 30여척이 압류당하고 입ㆍ출항이 금지됨에 따라 첫 한달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미 주요항로의 운임은 급등세다. 아시아발 미주항로의 운임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후 무려 47.8% 올랐고 향후 2∼3배까지 뛸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이번 사태는 20개월만에 플러스로 돌아선 우리 수출과 경제 전반에도 찬물을 끼얹을 전망이다. 우리나라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13대 주력수출품목 중 일반기계, 석유화학, 자동차부품, 섬유 등 4개품목이 한진해운의 선박을 통해 주로 수송되고 있다. 납기일을 맞추지 못한 화주기업에서는 무역 클레임 등도 우려된다. 해수부 고위관계자는 "운임이 급등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대체선박을 투입하고 중소ㆍ중견기업에 운임할인서비스를 안내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고객인 화주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847개 기업을 포함해 총 8400여개에 이른다.
문제는 정부의 대처가 대체 선박을 투입하는 등 단편적 수준에만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선주협회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한진해운발 물류쇼크에 따른 우리나라의 피해규모가 각각 17조원, 7조원 안팎에 달할 것이라 밝힌 반면, 정부는 추산치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수출 등을 담당하는 산업부는 "전체 해상 물동량 중 한진해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선을 긋고 있다.더욱이 이번 사태는 해운업 구조조정 이슈가 대두된 지난해부터 예고됐던 일이다. 그러나 법정관리 신청 이후에서야 허둥지둥 비상대책반을 가동하는 것에 대해 업계관계자들은 "정부가 해운업의 특성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구조조정에 나섰다"고 쓴소리를 던지고 있다. 김우호 KMI 본부장은 "해운업의 목적에 수출입화물의 안정적 수송 등 '이용자 편의제공'이 명시돼 있는데, 이에 맞지 않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주요 해운국들이 위기 이후 자국 해운의 성장을 위해 나선것과 비교되는 측면"이라고 꼬집었다.이달까지 해수부가 해운산업 강화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것 역시 지금까지 '강건너 불구경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부분이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청산이 불러올 엄청난 혼란과 피해에 대해 수차례 우려를 표했음에도 정부가 제대로 된 컨틴전시 플랜도 없이 무책임한 결정을 했다"며 "연관 산업의 막대한 손실과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 뻔한데, 모두 다 죽으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단 하루만에 한진해운의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센터장은 "구조조정을 통한 우량자산 이동 등은 장기적인 시간이 소요된다"며 "즉시 재가동 되도록해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정부가 집중적으로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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