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치기' 차량에도 순간대응… '자율주행' 꿈이 아니다

완성차 세계수준… 앞차 거리 확인 스스로 제동·가속 판단

현대차가 보유한 혼잡구간 주행지원 시스템은 이미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을 받는다. 최근에 출시된 제네시스 EQ900와 G80 역시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일정시간 스스로 주행이 가능하다.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고속도로에 올라서는 순간 두 손과 두 발을 모두 놓았다. 차는 내비게이션의 목적지에 맞춰 이동했다. 제한 속도를 맞춰 놓지 않았지만 도로 규정 속도를 넘어서지 않는 범위에서 차는 앞차와 거리를 확인하며 제동과 가속을 스스로 판단했다. 커브 구간도 유연하게 흘러갔다. 차선만 그려져 있다면 큰 각의 커브도 가능했다. 무리하게 끼어드는 이른바 '칼치기'를 시도하는 차량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차는 끼어든 차를 다시 기준으로 삼아 안전거리를 유지했다. 운전대를 12초 이상 놓고 있으면 울리는 경보음만 빼면 급커브 구간이 나오기까지 차에 손을 댈 일이 전혀 없을 듯 했다.  제네시스 G80의 자율주행을 실제로 경험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주위 차량과 차선 등을 복합적으로 판단하는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은 제네시스 EQ900에 이어 이번 G80 모델에도 탑재됐다. 현재 이와 유사한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을 탑재한 모델은 BMW의 신형 7시리즈와 벤츠 S클래스 정도 밖에 없다. 현대자동차는 첨단 주행보조 기술을 접목해 국내 최초로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을 개발, 자율주행에 한발 다가서게 됐다. 이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과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부주의 운전경보 시스템(DAA) 등이 복합 적용돼 가능했다. 정혁진 현대차 ADAS개발1팀 파트장은 "이들 기술을 이용하면 시속 150㎞까지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하고 앞차와의 간격은 30m에서 50m까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G80 주행 사진

◆완전 자율주행 머잖아= 기술의 완성도도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다. 고속도로 구간에서 직접 경험한 현대차의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은 급제동은 물론 차선을 바꾼 차량의 움직임까지 모두 포착해 운전자가 놓친 브레이크 타이밍을 정확하게 잡아줬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역시 민감했다. 전방에 차량이 없을 경우에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더니 차량이 나타나는 순간 속도를 조절하며 차간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했다. 앞 차량이 정차하거나 다시 출발하는 경우에도 차는 스스로 판단해 움직였다.현대차그룹의 남양연구소 연구진은 이같은 자율주행 기술이 담긴 G80 출시를 앞두고 전국을 돌며 테스트를 진행했다. 특히 곡선이 많은 남해와 영동고속도로는 수백 번 운행하며 오차를 없앴다. 정혁진 파트장은 "양산을 전제로 내구성, 신뢰성을 확보한 센서들을 활용해 고객 안전과 편의를 확보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며 "이를 위해 중장기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현대차그룹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자율주행 및 차량IT 기술 개발에 2조원을 투입하기로 계획한 상태다. 2020년까지 고도자율주행을, 2030년에는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에 도달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자율주행기술 3단계인 조건부 자동화기술의 개발을 마치고 4단계 기술을 개발 중이다. 미국 자동차공학회 기준에 따르면 자율주행기술의 3단계는 조건부 자동화 수준, 4단계는 고도화된 자동화, 5단계는 완전 자동화 수준을 말한다. 세계에서 현재 5단계에 진입한 기업은 구글밖에 없다. 현대차는 BMW, GM 등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차도 자율주행 도전= 사실 현대차는 자율주행차를 2010년 이미 선보인 바 있다. '투싼ix 자율주행차'를 데모카 형태로 공개한 것으로 당시 이 모델은 검문소, 횡단보도, 사고구간 등 총 9개의 미션으로 구성된 도로 4Km의 시험 주행에 성공하며 자율주행차 개발을 알렸다.지난해 12월에는 제네시스 EQ900를 출시하며 고유의 첨단 주행지원 기술 브랜드인 '제네시스 스마트 센스'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는 국내 자동차 업체 최초로 미국 네바다 주에서 고속도로 자율주행 면허를 획득했다. 미국 네바다 주로부터 현대차 투싼수소연료전지차와 기아차 쏘울 전기차에 대해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을 시험할 수 있는 운행 면허를 획득함으로써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이번 G80에 탑재된 기술 역시 이를 기반에 뒀다.현대기아차는 향후 신호등, 횡단보도, 보행자들이 포함된 도심지역으로 평가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제네시스가 처음으로 자율주행차 실도로 시범운행을 신청해 지난달 임시 운행 허가증과 번호판을 받았으며 뒤이어 투싼 수소연료전지차와 쏘울 전기차 각각 2대에 대해 자율주행 임시운행을 신청했다. 제네시스에 이어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2대에 대한 허가증도 발급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임시운행 허가증을 받은 제네시스는 현재 시험운행에 들어갔다. 정부가 허가한 자율주행 시험운행은 고속도로 1개구간, 일반도로 5개구간 등 허가 구간에서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자율주행차 기술 선도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투자와 중장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특히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한 주요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위해 노력하고 부품업체의 육성에도 동참해 전반적인 산업 생태계까지 확대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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