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2인자' 오늘 남양주 모란공원서 잠들다 아들 정훈씨 눈물 속 마지막 길황각규 실장도 눈물 신동빈 회장 발인 전날 빈소 다시 찾아 1시간30분 유가족 위로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조호윤 기자]
구슬픈 찬송가가 울려 퍼졌다. 고(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69)의 위패와 영정사진이 서울아산병원 영결식장에서 천천히 나왔다. 뒤따르던 아들 정훈씨(40)가 숨죽여 흐느꼈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했다. 눈물이 하염없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지난 26일 경기도 양평의 한 산책로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이 부회장이 30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영면했다. 롯데그룹의 '2인자'로 불린 그는 롯데 총수 일가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소환을 두 시간여 앞두고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날 이 부회장의 마지막 가는 길은 아들 정훈씨 내외를 비롯한 유가족과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등 그룹 임직원 100여명이 배웅했다. 이 부회장의 빈소에 두 번이나 찾아 오열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친한 동지의 마지막 길을 차마 볼 수 없었는지 참석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과 함께 신 회장의 최측근 '3인방'으로 불리던 황 실장과 소 단장은 43년 롯데맨 선배의 영결식에서도 비통함과 애석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롯데그룹 계열사 대표로 구성된 장례위원들 중에서도 3일간 빈소를 지키며 사실상 상주역할을 해왔다. 황 실장은 이 부회장의 운구차량이 화장터로 떠나자 동료들을 끌어안고 눈물을 훔쳤고, 소 단장은 운구차량을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이며 애써 울음을 삼켰다.이 부회장의 부인 박모씨는 이날 발인에 참석하지 못했다. 박씨는 남편의 사망소식을 아직 모르고 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3년 전부터 병원에 입원한 박씨는 최근 대장암 수술까지 받았다. 남편의 자살 소식이 아내의 회복을 늦출 수 있다는 병원의 판단 때문이다. 아픈 아내에 대한 애정과 가족에 대한 각별함 때문이었을까. 이 부회장은 아내와 함께 여생을 보내기로 한 양평에서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삶과 죽음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한 사실이 확인됐다. 수사당국이 이 부회장의 마지막 행적을 CCTV 등을 통해 추적한 결과 당일 오후 9시 자택에서 나와 오전 3시까지 '죽음의 삶의 경계선'인 양평과 서울로 핸들을 수차례 돌리기를 반복했다. 그는 자신의 실추된 명예와 주변사람에 대한 미안함,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그룹을 위해 극단적 결심을 하고 양평에 내려간 것으로 추측된다. 아픈 아내와 젊은 아들 내외가 눈에 밟혔는지 삶을 선택하기로 마음을 돌렸다가 결국 돌아올 수 없는 마지막 강을 건넜다. 영결식에 참석한 서울 충신교회 한 교인은 "(이 부회장이)아직 젊은 아들과 며느리를 두고 눈을 감으려니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라며 눈물을 훔쳤다. 이 부회장은 서울 원지동 서울 추모공원내 화장장에서 한 줌의 재로 변했다. 유족들은 이 회장과 마지막 만남을 갖는 고별실에 들어서자마자 흐느껴 울었다. 한 순간에 가족을 잃은 슬픔이 주변의 정적과 맞물리며 구슬프게 퍼졌다. 한 롯데 관계자는 솟구쳐 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오열했다.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이 부회장을 싣은 운구차는 당초 그룹의 상징적인 존재인 롯데월드몰 타워를 두 바퀴 돌 계획이었다. 하지만 출근시간대 교통혼잡을 고려해 잠실사거리에서 화장장인 서울 추모공원으로 곧장 이동했다. 잠실사거리에는 15개 계열사 임직원 200~300여명 가량이 나와 목례했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월드몰 타워는 이 부회장이 생전 안전관리위원장을 지내며 제반사항을 두루 신경 썼다"면서 "올해 말 완공되는 롯데월드타워 내 이 부회장의 집무실이 마련될 계획이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신 회장은 지난 27일에 이어 전날 발인을 앞둔 이 부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첫 조문 당시 쏟아지는 눈물로 인해 말을 잇지 못하던 신 회장은 "안타깝다"고 짧은 심경을 밝혔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장례절차가 끝나면 롯데 총수 일가의 비자금 수사를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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