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단弄단]오바마와 김제동의 공통점

최병천 전 국회 보좌관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54%를 찍었다. 레임덕(lame duck)이라는 개념을 비웃는 경이적인 수준이다. 오바마는 ‘말로 뜬’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아마 미국 정치사를 통틀어서도 매우 독보적인 사례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오바마가 미국 중앙정치에서 주목받게 된 계기는 2004년 존 케리가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던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이다. 오바마는 유려한 말솜씨로 일약 ‘전당대회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이후 2008년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한국에서 ‘말로 뜬’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면 누구일까? 분야는 다르지만, 방송인 김제동을 꼽을 수 있다. 지난 주 김제동이 경북 성주를 방문하여,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로 투쟁하고 있는 성주 주민들을 응원한 동영상은 SNS 공간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말로 뜬’ 오바마와 김제동은 최소한 3가지 공통점이 더 있다. 첫째, 오바마와 김제동은 ‘유머 감각’이 탁월하여 듣는 이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오바마는 지난 4월 백악관출입기자협회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했다.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에 대해 외교경험이 없다는 우려에 대해, "하지만 트럼프는 줄곧 외국지도자와 만나왔다. 그들이 바로 미스 스웨덴, 미스 아르헨티나, 미스 아제르바이잔..."이라고 말하자, 장내는 그야말로 ‘웃음바다’가 되었다. 김제동은 성주를 방문하여 시사적인 이슈에 발언하는 자신에게 ‘종북’으로 몰아가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 “나는 ‘종북’이 아니라, ‘경북’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일부에서 제기한 외부세력론에 대해 “주민번호 등록 여부가 기준이라면, 외부세력은 사드밖에 없다”고 표현했다. 역시 장내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둘째, 오바마와 김제동은 ‘통합지향적’언어를 구사한다. 오바마의 경우, 미국의 건국이념을 환기시킬 뿐만 아니라, 미국 정치에서 보수의 것으로 인정되던 ‘가족-결혼의 가치’를 적극 강조한다. 전통적으로 진보 의제로 간주되던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도 ‘동성애자도 결혼하고, 가족을 구성할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1960년대 이후 미국 진보주의자들이 ‘결혼-가족’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인 것과 대비된다. 김제동이 성주에서 사용한 언어 프레임은 철저하게 ‘헌법’과 ‘국익’이었다. 무엇이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것인지, 무엇이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인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한국정치의 맥락에서 헌법과 국익을 더욱 강조한 쪽은 보수였다. 셋째, 오바마와 김제동은 뛰어난 ‘공감 능력’을 보여준다. 오바마는 2015년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흑인교회에서 백인들에 의한 증오범죄로 희생된 흑인 클레멘타 핑크니 목사의 장례식장에 참석했다. 추모사 말미에 잠시 침묵을 지키다 은총과 화해를 의미하는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다. 이 장면은 방송을 보던 미국민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김제동의 공감 능력은 익히 알려져 있다. 김제동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때 사회를 보며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김제동이 청년들과 만나며 이야기하는 동영상은 많은 울림을 준다. 오바마와 김제동의 공통점인 유머와 통합, 공감은 설득과 소통을 직업으로 하는 모든 사람에게 점점 필수적인 자질로 부상하게 될 듯하다. 최병천 정책혁신가 (전 국회의원 보좌관)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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