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정준영 기자] 국내 최대 유통기업으로 꼽히던 롯데그룹의 경영활동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비리 의혹으로 핵심 유통 계열사의 간부급 인사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데다가 '롯데' 브랜드를 둘러싼 여론이 악화되면서 마케팅에도 난항을 겪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7일 배임수재,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신격호 총괼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을 구속했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신 이사장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네이처리퍼블릭 등 롯데 유통채널 입점업체들로부터 입점 컨설팅 및 매장 관리 위탁계약 외관을 빌어 30여억원 규모 뒷돈을 챙긴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장남 명의로 소유한 BNF통상이 뒷돈 통로로 쓰였다고 한다. 신 이사장은 이 업체에 세 딸을 등기임원으로 올려두고서 실제 경영에 관여하지도 않은 자녀들에게 직원 이름까지 빌려써가며 급여 명목으로 40억원을 부당 지급해 빼돌린 혐의(특경 횡령·배임)도 받는다. 줄곧 혐의를 부인해 온 신 이사장은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40분에 걸쳐 신세 한탄을 했다고 한다. 도중 감정이 복받쳐 올라 터져 나온 통곡 소리는 법정 밖까지 들려왔다. 신 이사장 구속은 개인 차원의 비리가 적발된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신동주·신동빈 두 이복동생의 경영권 승계 경쟁 구도에서 캐스팅보트로 자리매김해 온 데다, 그룹 유통 사업에 40여년 간 관여해 온 상징적 인물로 통한다.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관련 계열사 간 자산·지분거래 과정에서 신 이사장이 의사결정에 관여했는지 추궁할 계획이다. 신 이사장은 올 1분기 말 현재 롯데쇼핑, 호텔롯데 등 한국 롯데 지배구조 정점부터 부산롯데호텔, 롯데건설, 롯데자이언츠, 대홍기획, 롯데리아 등에 이르기까지 다수 계열사 이사진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신 이사장은 거래내역 조작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대홍기획에는 총수일가 구성원으로서는 유일하게 직접 지분(6.24%)도 들고 있다. 검찰은 5일 대홍기획 자회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거래내역을 분석 중이다.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9월 말부터 6개월 간 황금시간대(오전·오후 8~11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롯데홈쇼핑은 사업권 재승인 과정에서 로비를 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출국금지된 강현구 대표(사장)는 조만간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불려갈 판국이다. 안팎으로 악재가 겹치면서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 소비자와의 접점이 많은 계열 회사들도 한 껏 몸을 낮춘 상황이다. 여름 시즌을 맞아 다양한 할인행사 등 판촉에 나서야 할 시기지만, 내부적으로 홍보·마케팅을 자제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 따라 최소한의 대응만 하고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유통업으로 사세를 키워온 국내의 대표적인 유통 명가로 꼽혀왔지만,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대내외 악재를 겪으며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의 신뢰와 호감을 바탕으로 하는 사업군이 많아 적잖이 위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과 그룹 컨트롤타워 정책본부의 이인원 본부장(부회장), 황각규 운영실장(사장),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 등 심장부를 겨냥한 검찰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가급적 오래 끌지 않겠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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