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민자사업 활성화를 위한 지름길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

정치권까지 개입하며 떠들썩하던 영남권 신공항 입지는 기존 김해공항의 확장으로 결론났다. 2026년에 공사를 완료할 계획인데, 어느 정도의 공사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제주 신공항은 4조100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2025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울릉도와 흑산도에 건설 예정인 소형공항은 2020년경에 개항을 목표로 각 5000억원 규모의 공사비가 예상되고 있다. 교통여건 개선을 위한 신규 공항의 공급은 필요한데 이들 사업비를 어떻게 조달할지가 걱정이다.도로, 철도, 공항, 항만과 같은 교통인프라뿐만 아니라 상수도, 하수처리 및 재활용시설, 노인 및 장애인 복지시설, 공공임대주택 등 다양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국민적 수요가 많다. 1980~90년대에 집중적으로 건설한 인프라시설들이 점차 노후화되고 있는데, 이들 시설물의 안전과 성능 개선도 필요한 상황이다.이러한 사회기반시설의 수요에 부응하고 노후 인프라의 안전성 제고 등을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들 모두를 공공부문에서 조달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정부 재정지출의 기준이 되는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SOC 예산을 올해 23조3000억원에서 2019년에는 18조7000억원으로 연간 6.8%씩 축소할 계획이다. 지역 인프라의 공급주체인 지자체도 대부분 재정자립도가 낮고, 특히 복지 분야에 대한 지출이 많아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 확대는 쉽지 않다. 한국토지주택공사나 한국도로공사 같은 공기업도 부채비율 축소와 같은 경영효율화를 추진하고 있어 신규 인프라에 대한 투자 여력은 크지 않다.그렇다면 부족한 정부재정을 보완하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민간의 풍부한 유동성을 생산적 투자로 전환할 수 있고, 민간의 창의와 효율성을 공공 부문에서 활용할 수 있는 민자사업 활성화가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판단된다.정부는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금년 2월에 중앙행정기관 청사와 택시공영차고지 등 민자사업의 대상사업 범위를 확대했고, 임대형(BTL) 민자사업에 대한 민간제안을 허용했다. 향후 민자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추가적인 대안의 모색이 필요하다.우리나라 민간투자법은 민자사업의 대상시설을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정하는 열거주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현재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53개 사업 외에는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수 없다. 급변하는 사회경제적 환경변화를 법률에 즉시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민자사업의 대상시설을 제한함에 따라 민간의 창의를 담을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의 발굴에도 제약이 있다.더욱이 민자사업으로 제안된 모든 사업들이 반드시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적격성 조사를 통과해야 하고, 이후에는 민간투자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BTL 사업은 주무부처의 협의와 기획재정부의 검토를 거쳐 국회에서 사업 한도액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처럼 민간제안 또는 정부고시 사업 등 모든 민자사업은 사전에 다양한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민자사업의 추진은 제어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행 열거주의 방식을 포괄주의 방식으로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또한 BTL 민간제안에 있어서 신규 건설사업뿐만 아니라 기존의 노후 공공시설의 성능개선도 대상사업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아직 노후 시설물 민자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에 노후 시설물의 리모델링 또는 성능개선에 대한 민자사업의 개념과 추진절차 등을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사회기반시설의 효율적 확보와 활용을 위한 민자사업의 활성화가 모색되기를 기대한다.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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