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은 883일째 천막농성 마사회는 경영A급 돈잔치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 그 후 1년<상>

한국마사회-용산 주민갈등 수년째 제자리화상경마장 중학교서 불과 5분거리어린 학생들이 "돈 벌 수 있냐" 묻기도7조7000억 마사회 매출 70% '화상경마장'

용산 화상경마장 추방 대책위원회 천막에서는 800일 넘게 천막노숙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노태영 기자] 장마를 앞두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일 오후 서울 용산 전자단지우체국 앞. 오래된 천막이 하나 서 있다. 노란 끈을 엮어서 만든 '도박장 아웃(OUT)'이라는 글씨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천막을 마주보며 우뚝 선 한국마사회 빌딩에서 반사된 햇볕 속에서 천막을 지키던 김모씨의 이마에서 어느새 땀이 흘렀다. '도박장 반대운동 1146일, 천막노숙농성 881일'이라고 쓴 푯말만이 더위를 무색하게 했다.용산 화상경마장이 문을 연 지 1년이 지났다. 중·고등학교와 불과 5분 남짓 거리에 위치한 화상경마장은 서서히 일상 속에 스며들며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경마장보다 도박중독이 더 심각하다는 화상경마장으로부터 아이들의 학습권을 지키겠다고 시작한 지역주민들의 반대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주민들 우려대로 영업은 성행 중이다. 용산 화상경마장은 5개층에 574개 좌석을 보유, 2700여명이 입장할 수 있는 규모다. 영업을 하는 금·토·일요일에 경마장은 문전성시를 이룬다.이날 천막에서 만난 지역주민인 김씨는 화상경마장 반대운동이 이렇게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아이들의 학습권 침해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반대운동이 1100일을 넘긴 현재에는 국가가 도박 중독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자의적으로 이런 시설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고 있다”고 했다.

용산 화상경마장 추방 대책위원회 천막에서는 800일 넘게 천막노숙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1988년부터 용산에서 임대로 경마장을 운영하던 마사회는 2012년 현재 지상 18층, 지하 7층 규모의 화상경마장 건물을 신축하고 이전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마사회는 화상경마장 운영 사실을 지역주민에게 알리지 않았고, 성심여고와 가까운 위치(235m)였지만 학교정화구역(200m)을 불과 35m 벗어났다며 이전을 강행했다.지역주민들은 용산 화상경마장 추방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반대시위에 나섰고, 용산구 25만명 주민 가운데 17만명의 반대서명을 받을 정도로 지지를 받았다. 2014년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용산 화상경마장에 대한 이전철회 의견표명까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지난해에는 용산구의회는 물론 서울시의회, 서울시 교육감과 박원순 서울시장도 화상경마장 확장이전 반대 의사를 밝혔고 당시 정홍원 국무총리도 용산주민은 물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전향적인 대책 마련을 지시했지만, 마사회는 그해 5월31일 용산 화상경마장을 개장했다.대책위원회는 아직까지도 농성을 계속하고 있지만 지역사회는 피폐해지고 있다. 심지어 어린 학생들이 “저기 가서 돈 걸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냐”라고 묻는 경우도 다반사다.용산구 주민인 이모씨는 “주변에 경마장 때문에 이사를 간 지인도 적지 않다”고 했다. 주민 저항에도 마사회가 꿈쩍하지 않고 지역주민들에게 무료 문화활동 등을 전개하자 자포자기하는 주민도 생겨나 내부 갈등도 우려되고 있다.

용산 화상경마장 추방 대책위원회 천막에서는 800일 넘게 천막노숙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마사회가 보유한 화상경마장(장외발매소)은 작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30곳에 달한다. 지난해 마사회는 전년도보다 800억원이 늘어난 7조7378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 가운데 72% 정도가 화상경마장에서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정부가 5조원 규모의 내국인용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화상경마장 문제는 여전히 논란 중이지만 마사회는 공공기관 가운데 성과연봉제 최초 도입 등으로 2015년도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내년에 마사회 직원들은 월급의 200%, 기관장과 임원은 연봉의 각각 96%와 80%를 성과급으로 받게 된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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