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유제훈 기자] 여야 3당의 교섭단체 연설이 마무리되면서 정치권에 '중도지향'이 화두로 떠올랐다. 여야 모두 '일자리 창출과 불평등 해소'를 강조하면서 이념에 구애받지 않는 민심을 파고드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20대 국회의 출발선상에서 제시된 '중도'는 향후 4년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여야의 중도지향은 교섭단체 연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22일 교섭단체 연설에서 현재의 시대정신을 '격차해소'로 규정하며 국회 차원에서 이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안 대표는 중간지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양 극단으로 치닫는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안 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 우리 공동체의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며 "소수가 권력과 부를 독점하는 시대를 끝내야 한다. 공공은 민간에 대한, 재벌 대기업은 하청업체에 대한, 기성세대는 미래세대에 대한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특히 안 대표는 '사회적 대타협'을 거론했는데, 이 용어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최근 연설에서 언급한 것이다. 안 대표는 "국회가 중심이 돼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고 이를 통해 격차해소 로드맵을 실현하자"면서 "엊그제 바로 이 자리에서 정 원내대표도 언급한 내용"이라고 밝혔다.원내 1,2당은 상대에 대한 접근도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분배를 강조하며 '좌클릭'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포용적 성장'을 외치며 우클릭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김종인 대표 연설을 들은 직후 기자와 만나 "여야 연설을 보니 중도로 모아지는 성향이 보인다"고 말했다.정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나눠먹을 파이를 키우는 일에 집중한 반면, ‘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분배의 문제는 정책의 후순위로 밀렸다"면서 "하지만 성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산적한 만큼 이제는 분배를 고민해야만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또 상위 1% 정규직 노조가 양보해 상향평준화가 아닌 중향평준화를 지향하고 재벌들의 일감몰아주기도 규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장기조를 최우선으로 내세운 그동안의 당 입장과는 전혀 다르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공평하게 분배돼야 성장이 지속할 수 있다"면서 "포용적 성장론이 필요한 때"라고 언급했다. 당 관계자는 "야당이 분배에 그치지 않고 성장까지 제시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여야3당이 중도세력 사로잡기에 나선 것은 중간계층 확대가 사회 안정에 필수라는 판단 때문이다. 저성장과 양극화가 만연한 상황을 방치할 경우 그야말로 국가전체적으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본 것이다.정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문 작업에 참여한 여의도연구원 관계자는 "양극화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지금이 이 문제를 제기할 적기"라고 말했다.여야 3당이 중도지향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은 것은 일자리 양극화와 소득 격차 해소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IMF 이후 불평등이 심화됐는데, 특히 소득 불평등이 더욱 두드러졌다"면서 "우리나라의 소득 격차는 결국 임금 격차로 발생한 만큼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정 원내대표는 그 해법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제시한 반면, 김 대표는 기본소득 도입을 해결책을 내세웠다. 안 공동대표는 미래 일자리 특위 설치를 호소했다.다만 여당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어 방법론에서는 야당과 차이를 나타냈다. 여의도연구원장인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 원내대표가 언급한 분배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서는 "여당 입장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앞다퉈 중도지향을 내세운 점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도세력, 소위 부동층이 당락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키워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당직자는 연설내용이 다소 좌클릭됐다는 지적에 "정치권이 표를 의식 안할 수는 없다"고 속내를 내비쳤다.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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