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잔류 지지 45%로 탈퇴 지지보다 3%P 우위보이며 역전英런던증권거래소·獨도이체뵈르제 합병도 무산 가능성 커시장선 '포스트 런던' 자리 두고 파리·프랑크푸르트 거론도[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대한 찬반운동이 재개됐다. 여론조사업체 서베이션이 지난 17∼18일(현지시간) 성인 1001명을 상대로 전화조사를 한 결과, EU 잔류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45%로, EU 탈퇴 지지(42%)보다 3%포인트 앞섰다. 이는 조 콕스 의원 피살 이후 실시된 첫 여론 조사로, 그의 사망 전날인 지난 15일 발표된 서베이션의 여론 조사에서 브렉시트 찬성이 3%포인트 우위를 보인 데서 역전된 결과다. 영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5위다. 하지만 금융서비스 부문 수출 규모는 세계 1위다. 유럽 금융 허브 런던의 존재 때문이다. 런던은 대(對)유럽연합(EU) 금융서비스 수출만으로 매년 300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 이는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가 넘는 수준이다. 마거릿 대처 전 수상의 금융 '빅뱅' 이후 런던은 세계금융의 중심지 자리를 확보히 하며 몰락하던 영국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운 주인공이 됐다.이런 이유로 오는 23일 치러지는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결정될 경우 영국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 바로 런던의 금융허브 위상 약화다. 우려는 이미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금융감독청(EBA)의 안드레아 엔리아 청장은 19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디 벨트'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EBA는 현재 런던에 있는 본부를 다른 유럽 도시로 옮겨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BA는 세계 금융위기 후 2011년 설립된 EU 최고 은행 감독기구다. EBA의 본부 이전은 곧 런던의 위상 추락을 의미한다. 유럽 최대 거래소 탄생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와 독일 도이체뵈르제 간의 합병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LSE와 도이체뵈르제는 지난 2월 미국와 아시아의 대형 거래소와 경쟁하기 위해 합병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렉시트시 독일 정치권의 반발이 더욱 커지고 합병 기업 가치도 떨어질 것이라며 LSE와 도이체뵈르제의 합병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밖에도 런던에 본사나 사무소를 둔 많은 금융사들이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서의 탈출을 고려 중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모든 청산결제소가 유럽 대륙에 있도록 하는 법률을 추진 중에 있다.이는 영국이 1986년 금융 빅뱅을 통해 어렵게 확보한 금융중심지의 위상이 뚝뚝 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세계 금융 개혁의 신호탄이 된 금융빅뱅이 '금융=영국'이라는 공식을 썼다면 브렉시트는 영국 금융시장의 '아웃'을 의미하는 셈이다. 지난해 미국의 우방이면서도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결정하고 역외 위안화 거래센터를 확보하는 등 금융중심지를 유지하기 위한 영국 정부의 노력도 허사가 될 수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런던의 금융중심지 '시티 오브 런던'의 금융서비스 수출액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시장에서는 이미 브렉시트시 과연 어디가 포스트 런던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포스트 런던으로 가장 주목받는 곳은 프랑스 파리와 독일 프랑크푸르트다. 현재 시장 규모로만 따지면 파리가 우위다. 파리의 금융산업 종사자는 14만5400명으로 프랑크푸르트의 6만2500명을 크게 웃돈다. 런던의 금융산업 종사자는 40만명에 육박한다. 파리는 BNP파리바를 비롯해 유럽 10개 대형 은행 중 네 곳을 품고 있다. 반면 프랑크푸르트에 본사를 둔 유럽 10대 은행은 도이체방크가 유일하다. 주식시장 규모도 파리가 프랑크푸르트의 두 배다. 하지만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프랑크푸르트는 유로존 통화정책을 결정하고 유로존 대형 은행들을 관리감독하는 ECB라는 커다란 자산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ECB의 존재만으로도 프랑크푸르트가 유럽의 또 다른 금융 허브가 될 수 있다는게 FT의 평가다. HSBC의 영국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사이먼 웰스는 텔레그래프와의 회견에서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유럽의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은 파운드화 대신 유로화로 운용되는 시장을 확대할 할 것이고 이는 시티 오브 런던의 위상 축소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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