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아시아, 석학에게 듣는다] 손성원 석좌교수 '서비스로 대전환 나서라'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인터뷰자동차 이젠 서비스 개념…제조업 중심 산업구조 바꿔야조선·해운 구조조정 필요…대중국 수출 감소 대비해야[아시아경제 김근철 기자] "한국이 직면한 저성장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하면 훨씬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를 서비스 경제와 내수 중심 구조로 신속히 전환시켜야 한다"미국에서 최고 경제예측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저성장 늪으로 빠지고 있는 한국 경제의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상황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불거진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또 "이번 미국 대선에 어느 후보가 승리하든 대선 과정에 불거진 보호 무역 요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기존에 체결된 한·미간 자유무역협정 등에 대한 재협상 압박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아시아경제 온오프 통합 창간 10주년 기념 인터뷰를 통해 손 교수로부터 올해 미국 및 글로벌 경제 흐름과 전망, 저성장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의 진로 등에 대한 진단을 들어봤다.- 올해 상반기 미국 경제의 평가와 향후 전망은 어떤가. ▲ 올해 미국 경제는 나쁘지는 않지만 좋지도 못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해야 할 것 같다. 올해 들어 임금 상승, 소비 증가, 주택 판매 분야는 양호하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즉 경제성장률은 부진하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0.8%에 그쳤고, 올해 전체적으로 봐서 2% 정도에 머물게 될 것이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 등으로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Fed는 경제 상황과 함께 11월 대선을 고려해야 한다. 선거철에는 금리 인상과 같은 민감한 결정을 하기 어렵다. 최근 옐런의 연설에서 '글로벌 경제'와 '달러화'에 대한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 미국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를 둘러싼 관심과 우려가 함께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의 경제 및 통상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 트럼프가 워낙 막말과 즉흥 공약을 내놓기 때문에 솔직히 그의 경제정책의 정확한 내용은 아무도 모른다.(웃음) 그가 당선된다면 워싱턴 정가에 정통한 트럼프 주변 인물들이 실제로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또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미국 의회에서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하면 마음대로 정책을 추진할 수도 없다.다만 트럼프가 주장하는 보호 무역과 군사비 분담 문제는 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이른바 몰락한 백인 중산층(poor white)들이 환호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어려움이 미국의 자유무역과 세계화, 이민정책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다. 따라서 누가 대통령이 됐든 이 같은 요구를 무시할 순 없게 될 것이다. 한국 등에 이미 체결한 자유무역협정 등에 대한 불만과 재협상 요구를 할 수도 있다.- 최근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잠재성장률 2%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인과 대책을 짚어달라. ▲ 한국 경제가 저성장 위기에 빠진 것은 결국 노동력 감소와 생산성 둔화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동력 감소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해야만 풀린다. 한국이 생산성 둔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조업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서비스 경제와 내수 중심 구조로 옮겨가야 한다. 과거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이었다. 자동차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지금 자동차는 물건이 아니라 서비스 개념으로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는 자동차 안에서 음악을 듣고, 휴식과 업무도 해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테슬라 자동차가 이런 변화를 대변하고 있다. 한국 경제와 기업들도 이 같은 서비스 분야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늘려야 한다. 그 동안 한국과 일본은 물건을 잘 만드는 제조업에서 성공했다.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에 경쟁력을 갖춰야만 성장률을 다시 높일 수 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아시아경제 온오프 통합 1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저상장 극복을 위해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으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구조조정에 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한국에선 조선과 해운 등의 부실기업 구조조정 문제가 뜨거운 이슈다.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한다고 보는지. ▲ 한국 정부가 구조조정 문제를 과감하게 다뤄야 한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표현을 썼다. 구조조정 문제에 있어서 파산이 기업과 일자리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항공사들은 활발한 통폐합으로 활로를 찾고 있고, 미국의 크라이슬러 자동차는 금융위기 당시 피아트로 인수된 뒤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부실기업에 돈을 쏟아 부어서 기업을 살리고, 당장의 실업을 피하려 하지만 이는 경제적으론 올바른 접근 방법이 아니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미루다가 경쟁력 없는 '좀비 기업'을 만들어 위기에 빠진 일본의 실패를 따라 해선 안된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악화시키는데 일조한 한국산업은행의 존재와 기능도 재고해야 한다. 개도국에는 간혹 이런 기능을 가진 은행이 있지만 선진국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한국은행의 역할을 두고도 논란이 있다. ▲ 한국 정부가 부실기업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은행에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데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담당할 통화정책은 경제 전반, 즉 거시경제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특정부문의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에 영향을 미쳐선 안된다. 이는 결국 납세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준(準) 재정활동'이 된다. 경제학자들은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정부 간섭의 상관관계를 연구한다. 정부의 간섭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되면 경제성장률에도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 한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크다. 중국 경제 전망과 이에 따른 한국 경제와 기업의 전략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첫째 이유는 중국이 보유한 풍부한 외환보유고다. 둘째로는 일반 서구 국가와 달리 중국 정부의 통제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이다. 다만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둔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6.5~7%로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는 그에 못 미친다고 봐야 한다. 이와 함께 앞으로 한국의 대(對)중 수출은 갈수록 감소할 것이고, 여러 사정상 막기도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경제는 서비스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제 중국에 단순히 삼성 휴대폰, 현대 자동차와 같은 물건만을 팔아선 경쟁력이 떨어진다. 한국 제품을 쓰면 어떤 독특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지에서 차별성을 만들어가야 한다. 또한 내수를 키워서 대중 수출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 - 오는 23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가 실시된다.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은. ▲ 영국에서 브렉시트 주장은 증가하는 분담금, 이민자 유입, 금융산업 규제 강화에 대한 반발이 주요 원인이다.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덴마크, 이탈리아에서도 EU 탈퇴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브렉시트는 당장 영국과 유럽연합 사이의 자유무역을 위축시키고 양측의 경제성장률 둔화를 가져올 것이다. 장기적으로 유럽 전체는 물론 미국과 글로벌 경제 성장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브렉시트 결정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칠 것이다. - 금융완화, 재정지출 확대, 성장전략을 묶어놓은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앞세운 일본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 아베 정부의 통화정책에 기반한 첫 번째 화살은 반짝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성과가 없다.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은 장기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결국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구조조정을 미룬 채 통화정책에만 의존하다 보니 힘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앞으로도 일본 경제 상황은 상당히 좋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손성원 석좌교수는 누구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71)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경제예측 전문가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고 피츠버그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애널리스트를 거쳐 백악관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이후 미국 웰스파고 은행에 근무하면서 수석 부행장까지 올랐다. LA시 항만 커미셔너도 역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매년 선정하는 경제전문가 순위에서 2006년 1위, 2011년에는 3위에 선정된 바 있다. 김근철 기자 kckim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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