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철기자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아시아경제 온오프 통합 1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저상장 극복을 위해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으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구조조정에 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한국에선 조선과 해운 등의 부실기업 구조조정 문제가 뜨거운 이슈다.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한다고 보는지. ▲ 한국 정부가 구조조정 문제를 과감하게 다뤄야 한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표현을 썼다. 구조조정 문제에 있어서 파산이 기업과 일자리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항공사들은 활발한 통폐합으로 활로를 찾고 있고, 미국의 크라이슬러 자동차는 금융위기 당시 피아트로 인수된 뒤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부실기업에 돈을 쏟아 부어서 기업을 살리고, 당장의 실업을 피하려 하지만 이는 경제적으론 올바른 접근 방법이 아니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미루다가 경쟁력 없는 '좀비 기업'을 만들어 위기에 빠진 일본의 실패를 따라 해선 안된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악화시키는데 일조한 한국산업은행의 존재와 기능도 재고해야 한다. 개도국에는 간혹 이런 기능을 가진 은행이 있지만 선진국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한국은행의 역할을 두고도 논란이 있다. ▲ 한국 정부가 부실기업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은행에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데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담당할 통화정책은 경제 전반, 즉 거시경제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특정부문의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에 영향을 미쳐선 안된다. 이는 결국 납세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준(準) 재정활동'이 된다. 경제학자들은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정부 간섭의 상관관계를 연구한다. 정부의 간섭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되면 경제성장률에도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 한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크다. 중국 경제 전망과 이에 따른 한국 경제와 기업의 전략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첫째 이유는 중국이 보유한 풍부한 외환보유고다. 둘째로는 일반 서구 국가와 달리 중국 정부의 통제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이다. 다만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둔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6.5~7%로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는 그에 못 미친다고 봐야 한다. 이와 함께 앞으로 한국의 대(對)중 수출은 갈수록 감소할 것이고, 여러 사정상 막기도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경제는 서비스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제 중국에 단순히 삼성 휴대폰, 현대 자동차와 같은 물건만을 팔아선 경쟁력이 떨어진다. 한국 제품을 쓰면 어떤 독특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지에서 차별성을 만들어가야 한다. 또한 내수를 키워서 대중 수출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 - 오는 23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가 실시된다.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은. ▲ 영국에서 브렉시트 주장은 증가하는 분담금, 이민자 유입, 금융산업 규제 강화에 대한 반발이 주요 원인이다.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덴마크, 이탈리아에서도 EU 탈퇴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브렉시트는 당장 영국과 유럽연합 사이의 자유무역을 위축시키고 양측의 경제성장률 둔화를 가져올 것이다. 장기적으로 유럽 전체는 물론 미국과 글로벌 경제 성장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브렉시트 결정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칠 것이다. - 금융완화, 재정지출 확대, 성장전략을 묶어놓은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앞세운 일본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 아베 정부의 통화정책에 기반한 첫 번째 화살은 반짝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성과가 없다.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은 장기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결국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구조조정을 미룬 채 통화정책에만 의존하다 보니 힘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앞으로도 일본 경제 상황은 상당히 좋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손성원 석좌교수는 누구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71)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경제예측 전문가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고 피츠버그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애널리스트를 거쳐 백악관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이후 미국 웰스파고 은행에 근무하면서 수석 부행장까지 올랐다. LA시 항만 커미셔너도 역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매년 선정하는 경제전문가 순위에서 2006년 1위, 2011년에는 3위에 선정된 바 있다. 김근철 기자 kckim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