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르포] '특혜·로비' 논란 속 롯데월드타워 가보니…

평소와 다름 없이 고객들 발길 이어져2주일 뒤 문 닫는 면세점이 가장 '북적'

12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국내 최고(最高)층 빌딩이라는 이 건물은 그 꼭대기를 찾아 올려다만 봐도 뒷골이 저려올 만큼의 규모를 자랑했다.작년 말 마지막 대들보를 123층 꼭대기에 올렸지만, 공사는 현재진행형. 주말인 이날,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크레인은 여전히 건물 한 가운데 레인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얼마전부터 '떼라, 떼지마라' 시비가 끊이지 않던 태극기도 여전했다. 평소와 다름 없어 보이지만, 이 건물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 2008~2012년 이명박 정권 당시 정부의 특혜로 건축허가를 얻었고, 건축 과정에서 비자금까지 조성했다는 검찰의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개장한지 두 시간도 채 안된 이른 시간이었지만 건물 안에는 제법 사람이 붐볐다. 대부분의 방문객은 삼삼오오 손을 잡고 온 가족단위 고객이었다. 작년 초 까지만해도 건물에 대한 안전성 논란으로 근처에 오기마저 꺼리며 '위험지역'으로 여기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분위기였다.

12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7층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 관광객들이 몰려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이달 26일 문을 닫는 7~8층 면세점(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었다. 작년 관세청의 심사 과정에서 탈락해 사업권을 따내지 못한 이 면세점은 2주 뒤인 이달 26일 폐점을 앞두고 있다. 매장은 아직까지는 성업중이었다. 수십여명의 중국인관광객(요우커)들이 유명 브랜드 매장 앞에 삼삼오오 모여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가족끼리 여행을 왔다는 한 관광객은 "매장 몇군데에서 찍은 지갑, 가방, 벨트의 사진을 친구에게 보내고 있다"면서 "이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사다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광객은 "샤넬이나 루이뷔통 같은 유명 브랜드가 모두 다 밀집해있고, 무엇보다 통로가 넓어 쾌적하다"면서 "여기저기 조만간 문을 닫는다는 안내 현수막이 있는데, 꽤 괜찮은 쇼핑몰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관광객들이 가장 붐비는 시간이 점심시간 이후인 점을 감안하면 영업은 순조로운 듯 했다. 화장품을 판매하는 8층에는 언뜻 봐도 수백명의 외국인들이 쇼핑을 하고 있었다. 정장을 차려입고 이름표를 목에 건 신입사원들도 건물 곳곳에서 보였다. 시종일관 밝게 웃으며 몰려 걷던 이들 중 한 명에게 최근의 검찰수사 상황에 대한 견해를 묻자 "대답하기 곤란하다"며 금세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12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7층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관광객 모녀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정기휴무일이었던 롯데마트를 제외하고 아쿠아리움, 영화관 등 주요 시설들은 모두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아들과 함께 아쿠아리움을 찾았다는 한 남성은 "주차공간이 넓고 쇼핑하기에도 쾌적해 종종 가족들과 함께 월드타워에 온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최근 비자금 의혹 등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데 대해서는 "그렇다고 해서 이 건물을 다시 부수고 허가를 취소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면서 "당초 허가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검토하고 판단했어야 할 문제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문제 있다면 벌을 주고, 바로잡도록 하되 고객들에게는 최대한 피해나 불편이 오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당초 연말 완공 예정이던 월드타워의 운영은 차질이 불가피해보인다. 검찰의 수사 뿐 아니라 각종 행정절차와 운영상의 추가 판단을 주도해야 할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구속되는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연말까지 잘 완공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면서 "(노병용 대표의 구속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 내부적으로 롯데월드타워가 계획대로 완공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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