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한국은행이 1년만에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확실한 대외여건 등으로 인해 통화정책의 효과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를 추가 인하한 것이 오히려 가계부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올해 초 발표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부채를 줄이기보다 가계부채의 질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계신용은 1223조7000억원으로 집계돼 전분기(1203조1000억원)보다 20조6000억원 증가했다.가계부채는 지난해 4분기 사상 처음 1200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정부는 올해 초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고 지난 2월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강화했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거치기간을 1년 이내로 제한하고 이후부터는 원금과 이자를 나눠서 갚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달부터는 비수도권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강화했다.하지만 한은이 8일 내놓은 2016년 5월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60조9000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6조7000억원 늘었다. 지난해를 제외한 2010~2014년 5월 평균 가계대출 증가액은 3조원으로 집계되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평년의 2.2배에 달한다.특히 주택담보대출은 4조7000억원 늘어 496조1000억원을 기록,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아파트 집단대출이 늘어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집단대출은 아파트를 분양할 때 건설사의 신용으로 보증서를 발급받아 은행 등에서 중도금을 대출받고 계약자에게 연결해주는 제도다. 집단대출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내용에서 제외되면서 주담대 확대로 이어진 것이다.부채 규모 확대와 함께 가계부채의 질은 악화되고 있다.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서민들이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대출을 받게 되면서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올 1분기 가계 신용을 살펴보면 은행권 대출은 5조6000억원으로 전분기(22조200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하지만 저축은행·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 대출은 7조6000억원 늘어 은행권 대출 증가액을 앞질렀다. 전분기 증가분(9조6000억원)보다는 줄었지만 제2금융권 대출은 꾸준히 늘어나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인 것이다.한은이 경기부양을 목표로 기준금리 인하를 전격 결정하면서 가계부채에 대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 리스크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가계부채 부작용은 이후 상황을 보면서 금리가 아닌 다른 대책으로 조절해야한다"고 말했다.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금융부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