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민기자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 전경
같은달 11일에는 다른 대형 조선소 협력업체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협력사의 작업반장으로 일해 온 그는 전날 회사에서 직무재배치 통보를 받은 후 사표를 내고 목숨을 끊었다. 그는 휴대폰에서 채무독촉 문자 등이 발견된 점을 미뤄 신세를 비관하다 자살을 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4월에는 조선소 협력사에서 해고된 직원이 실업자로 지내다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있었다. 그는 2개월 전 다니던 광양의 한 조선소 협력사가 부도 나 문을 닫으면서 실업자가 됐고, 직장을 잃은 뒤에는 환갑을 앞둔 어머니에 용돈을 받아 쓰며 생활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선 조선사에서 실직한 30대 남성이 이웃인 여대상을 상대로 금품을 협박·갈취하려다 붙잡혔으며, 승용차에 착화탄을 피우고 자살을 시도한 이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2개월 전 실직을 당했고, 삶을 비관하다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사건은 불황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의 그늘이 사회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시그널과 같다. 수주 급감에 해양플랜트 악재로 인한 적자까지 겹치면서 대형 조선사의 구조조정, 협력사의 자금난 악화가 연쇄적으로 일어난 비참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면 이 같은 안타까운 사건도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 협력사 대표는 "조선사 1000~2000명 줄면 협력사는 5000~6000명 줄여야 한다"며 "지금 조선업계의 분위기가 장례식장과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