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車존심 '훙치'의 비밀

中 전승 70주년 열병식서 세계 이목 끈 차…L5 모델 가격 9억원

지난해 9월 3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광장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훙치(紅旗) 차량을 타고 사열에 나서고 있다. 베이징(중국)=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중국산 자동차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은 무엇일까. '훙치(紅旗) L5'다. 대당 가격이 무려 500만위안(약 9억원)에 이른다. 훙치란 중국공산당의 '붉은 깃발'에서 따온 이름이다.훙치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제조업체다. 중국에서 훙치 자동차는 관용차, 퍼레이드카로 널리 팔려 나갔다.지난해 9월 3일(현지시간)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광장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사열에 나섰을 때 탄 차가 훙치다. 시 주석은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열병식에서 중후하고 고전적인 디자인의 검정 훙치에 몸을 실었다.훙치 L5의 디자인은 '훙치 CA770' 리무진에서 비롯된 것이다. CA770은 1966~1981년 847대만 생산됐다. CA770 모두 관용차로 팔려 나갔으나 오늘날 상당수가 박물관에 전시돼 있거나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중국의 벤틀리' 훙치는 1956년 자국산 차량이 필요하다는 당시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의 지시로 개발에 들어가 1958년 처음 선보였다. 개혁ㆍ개방 이후 경쟁에서 외국산 자동차에 밀린 훙치는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다 2012년 다시 생산되기 시작했다.이런 부침에도 훙치는 중국의 주요 국가 행사인 열병식에서 늘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훙치는 1959년 건국 기념 열병식에서 국가주석의 사열 차량으로 처음 쓰였다.이후 24년간 중단됐다 1984년 재개된 열병식에서는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이, 1999년 건국 50주년 기념일에는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이 훙치 차량을 타고 사열했다.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도 2009년 건국 60주년 기념행사 때 고가의 '훙치HQE'를 이용해 화제가 됐다. 중국 지도자들은 항상 훙치 퍼레이드카와 함께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자국의 자동차 기술까지 과시한 것이다.

(사진=블룸버그뉴스)

훙치 L5의 초점은 자기가 중국인임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억만장자 기업인, 슈퍼스타에게 맞춰져 있다. 현지의 다른 자동차 브랜드들과 달리 훙치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훙치 소유주들 가운데 상당수는 훙치를 타고 다니는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훙치 L5는 훙치 L시리즈 중 하나다. L시리즈로 처음 선보인 것이 2009년 등장한 대형 퍼레이드카 '훙치 L9'이다. 이어 2012년 L7이, 2013년 L5가 탄생했다. L5는 다시 세 종류로 나뉜다. 관용차, 퍼레이드카 그리고 민간용이다.훙치를 상징하는 빨간 깃발 배지는 양쪽 앞문 바로 옆에 부착돼 있다. 금속성 테두리 안의 빨간 깃발은 유리로 만든 것이다.L5는 대형 승용차다. 전장(全長) 5.5m, 폭은 2m가 조금 넘는다. 높이는 1.5m, 자동차 앞뒤 차축 간의 거리는 3.4m다. 관용, 퍼레이드용보다 가벼운 민간용 L5의 무게가 무려 3150㎏이다. 현재 판매 중인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의 경우 전장 5.2m, 무게 2390㎏이다.L5에는 6.0ℓ 12기통 엔진이 탑재돼 있다. 출력은 408마력으로 그리 강하지 않다. 4륜 구동인 L5의 기어는 6단 자동이다.훙치는 최고 속력과 가속력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는 이로 미뤄 속도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비 역시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것으로 볼 때 훙치는 '기름 먹는 하마'일 듯하다. 연료탱크 용량은 105ℓ에 이른다.인테리어는 인조 로즈우드 패널에 크림색 가죽으로 이뤄져 있다. 전면 한가운데의 디지털 계기판 크기는 15.3인치다. 그 밑의 8인치 터치스크린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에어컨,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반 내비게이션 같은 각종 기능이 담겨 있다.운전대 한가운데에는 황금색 해바라기 로고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에서 해바라기는 장수와 행운을 상징한다. 훙치는 오랫동안 해바라기 로고를 사용해왔다. 바퀴 중앙에도 해바라기 로고가 부착돼 있다.뒷좌석 구간은 호화롭기 이를 데 없다. 무엇보다 두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이 넓다. 카펫은 베이지색이다. TV와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설치돼 있고 CD 체인저는 여섯 장을 적재한다.L5의 미등은 중국의 전통 등(燈) 모양을 따 디자인한 것이다. 번호판 위에 새겨진 훙치라는 한자는 마오 주석의 친필을 옮겨놓은 것으로 추정된다.훙치는 곧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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