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도 위기 앞에선 '맞손'…정부지원 기다리기보다 생존법 찾는 日기업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세계 1위 에어컨업체인 다이킨공업과 일본 가정용 에어컨 1위인 파나소닉의 제휴는 최근 값싼 중국산 등으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신호로 읽힌다. 정부 지원에 매달리기 식의 구조조정 보다는 기업간 합종연횡과 협력이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위기 앞에서는 경쟁기업과의 협력도 문제될 것이 없다.지난 13일 전해진 일본 최대 철강회사 신일철주금과 4위 업체 닛신제강의 합병 발표도 단순한 인수합병이기 보다는 구조조정의 사례로 해석된다. 신일철주금이 보유한 닛신 지분 8.3%를 51%로 늘리기로 한 것은 중국 철강업체들의 과잉생산으로 인한 사업 환경 악화를 돌파하기 위해 경쟁관계를 협력관계로 전환한 사례이다. 양사는 합병으로 인해 원료 조달비, 설비 투자비 등 연간 2000억엔(약 2155억원)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철강ㆍ알루미늄 등을 과잉생산하면서 국제 원자재가가 급락, 전 세계 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연간 과잉공급되는 철강의 양은 약 1억톤이며, 이는 세계 2위 생산국인 일본의 연간 조강 생산량에 맞먹는다. 이에 양사는 합병을 통해 해외 생산ㆍ영업 거점도 활용하고, 물류 등도 상호 연계하기로 했다. 신일철주금 역시 지난 2012년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의 합병으로 탄생한 업체다. 연비부정 스캔들로 휘청이던 미쓰비시(三菱)자동차는 일본 닛산(日産)자동차에 인수되면서 한숨을 돌렸다. 2000년 리콜 은폐 사태 때와 달리 미쓰비시 계열사들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협력사였던 닛산이 손을 내민 것이다. 닛산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미쓰비시의 브랜드 파워를 지렛대로 활용, 매출을 늘릴 수 있는데다 세계 선두권으로 도약할 발판도 얻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한 자동차 대수는 852만대로, 미쓰비시자동차(125만대)와 합하면 977만대로 1000만대에 육박한다. 2위인 폭스바겐과 3위인 제너럴모터스(GM)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이번 인수를 통해 카를로스 곤 닛산 최고경영자(CEO)는 '1000만대 클럽' 진입 티켓을 손에 넣었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기업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전면에 직접 나서지 않으면서 눈에 띄지 않게 기업간의 합종연횡을 지원하고 있다. 요미우리(讀買)신문에 따르면 닛산자동차는 미쓰비시자동차 인수를 발표하기 전, 정권의 실세 장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에게 사전 보고를 했다. 스가 장관은 정부의 대변인이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복심으로 꼽힌다. 대기업에 대한 아베 정권의 강한 입김과 구조조정에 대한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이다.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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