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존 하워드 전 호주 총리(사진)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워드 전 총리는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통합 프로젝트는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며 브렉시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워드 총리는 호주의 제25대 총리로 역대 두 번째로 장기 집권했다. 1996년 3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12년 가까이 총리를 지냈다.
하워드 전 총리는 "EU의 가장 좋은 시절은 이미 지나갔고 이민을 둘러싼 긴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국이 국경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인데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다"며 "내가 영국인이라면 브렉시트에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는 명목상 영국 여왕을 국가원수로 둔 '입헌군주국'이다. 190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지만 국민들이 뽑은 총리보다 여왕을 대신하는 총독이 여전히 직제상으로는 더 높다. 영국인들이 본국 외에 가장 많은 국가가 바로 호주이기도 하다. 현재 호주에는 약 120만명의 영국인이 살고 있다. 영국은 1975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할지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했다. 하워드 총리는 당시에는 미국에 맞서 유럽이 지금보다 더 많은 힘을 가져야 했던 시기였지만 앞으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힘이 더 강해질 것이라며 영국이 유럽 내에서 의지대로 움직여 이익을 취하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이 EU에 속해 있어 통치권(sovereignty)을 상실했다고도 말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오는 6월23일 실시된다. 영국연방 국민이거나 외국에서 거주한 기간이 15년 미만인 영국인들에게 투표 자격이 주어진다. 하워드 총리는 영국인들이나 호주에 살고 있는 영국인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 다만 영국의 관점에서 생각했을 때 EU를 탈퇴하는 것이 최선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하워드는 영국이 EU 회원국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애매한 상황에서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호주가 중국·한국·일본과 무역 협정을 체결했는데 영국과는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영국과 하려면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워드는 또 영국이 이민자를 줄이려고 하는데 EU에 남게 된다면 EU 회원국들의 이민자를 제한할 수 없게 돼 호주 이민자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하워드 전 총리와 달리 호주 정부는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은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핵 안보 정상회의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만나 영국 연방이 EU의 일원으로 남는다면 호주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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