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현장 극과극]화천→양구→인제…205.6km 달린 '홍길동 선거운동'

조일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8일 화천군 화천대교오거리에서 아침 인사를 하고있다. / 성기호 기자 kihoyeyo@

면적 5696.9㎢ '전국 최대' 강원 홍천·인제·철원·화천·양구조일현 더불어민주당 후보 동행 취재기[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28일 아침 7시30분, 화천군 화천대교오거리에서 만난 조일현 더불어민주 당 후보는 기자와의 통성명이 끝나자 곧바로 출근길 인사에 들어갔다. 오가는 차량은 많지 않았지만 "여기가 그래도 출근길에 사람이 가장 많 이 모이는 곳"이라며 열심히 인사를 했다. 그의 선거구는 20대 총선에 서 면적이 가장 큰 일명 '공룡선거구'인 강원 홍천·인제·철원·화천·양구 지역이다. 면적이 5696.9㎢인데 이는 자그마치 서울 면적(605.28㎢ )의 10배다. 서울 동대문을(6.01㎢)과 비교하면 948배의 크기에 해당한 다. 홍천에서 인제, 양구, 화천을 거쳐 철원으로 가는 길은 총 184.3km, 그나마도 길이 좋지 않아 4시간이 넘게 걸린다. 전국 최대면적 지역구인 이곳에서는 홍천을 기반으로한 조 후보와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이 다섯 번째 대결을 이어간다. 여기에 철원을 기반으로 한 강원지방경찰청장 출 신 정해용 무소속 후보가 출마하면서 선거 구도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조일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8일 화천군에서 지역주민과 만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 성기호 기자 kihoyeyo@

면적이 넓은 만큼 이 지역의 선거운동은 다른 지역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날 밤은 어디서 잤냐는 질문에 조 후보는 "화천군 신읍2리에서 지지자가 제공해준 캠핑카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조 후보 는 지역기반인 홍천과 다른 지역 간 이동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지지 자들이 제공하는 숙소를 이용하는 '노숙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평 소에 만나기 힘든 마을단위의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중 하나이지만 넓은 지역구를 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집에는 언제 들 어가냐는 질문에 사나흘 만에 들어가 새 옷가지를 챙기고 바로 나오는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조일현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가 28일 화천군 정당선거선거사무소에서 선거대책 회의를 하고 있다. / 성기호 기자 kihoyeyo@

오전 9시 화천군 정당선거선거사무소에 방문한 조 후보는 참모들과 선거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이 날 회의에서는 선거비용과 관련된 내용이 오 고갔다. 현재 홍천·인제·철원·화천·양구지역의 법정 선거비용은 2억 1500만원이다. 선거구가 합쳐지면서 '공룡선거구'가 됐지만 선거비용은 기존에 비해 겨우 2500만원이 올랐을 뿐이다. 선거법상 선거운동원은 33 개 읍면 별로 3명씩 둘 수 있다. 사무장·회계책임자 등 선거사무원까지 계산하면 100명이 훌쩍 넘어가고 이에 따른 인건비만 1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공보물·유세차량·현수막 등의 비용을 감안하면 부족한 법정 선 거비용만으로는 최소한의 선거유세도 빠듯한 셈이다. 오전 9시45분 정당선거사무소를 나온 조 후보는 곧바로 화천성당과 화천 군장애인재활센터·시각장애인협회·119안전센터·화천군상하수도사업소 ·새마을 장수식당 등을 방문한 뒤 화천장터를 찾아갔다. 조 후보는 웃 음을 지으며 "장돌뱅이 선거운동"이라고 소개했다. 서울에 10배가 넘는 선거구에 주민들이 모두 흩어져 있어 장날은 후보들에게도 유권자를 많 이 만날 수 있는 '대목'이다. 선거 관계자는 장날을 따라다니며 유세를 하는 것이 이 지역 후보들의 기본적인 선거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상대 후보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장터를 자주 찾기 때문에 하루에 많으면 서너 번씩 마주치는 일도 빈번하다고 했다. 이날은 새누리당 공천자대회가 있 는 날이어서 황영철 의원을 만날 기회는 없었다. 명함을 받은 한 유권자가 "홍천 사람이네"라고 말하자 조 후보는 "홍천 도 대한민국 아닙니까"라며 넉살 좋게 대답했다. 조 후보는 생활권도 다 르고 거리도 먼 지역을 억지로 하나의 선거구로 편입하니 유권자들도 거 부감을 많이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거리가 넓고 생활 기반이 다 른만큼 민심도 쉽게 점칠수 없는 상황이다. 장터에서 만난 한 유권자는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의 현역인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이 황영철 의원 에게 경선에서 졌다"며 "한 의원 지지자의 표심과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 후보가 얼마나 득표하느냐가 선거의 승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오후 12시 조 후보는 화천을 떠나 양구로 이동했다. 중간에 오음리에서 행사가 있다는 소식에 구불구불한 산길을 17km나 이동해 찾아갔지만 정 작 행사장에는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이럴 땐 참 허무해요" 이동간 에도 전화로 선거운동을 하던 조 후보가 쓴 웃음 지었다.

조일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8일 화천장터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 성기호 기자 kihoyeyo@

다시 차량을 돌린 조후보는 양구군 학조리에서 점심을 들었다. 음식이 나오기전 조 후보는 식당 손님들에게 명함을 돌리며 선거운동에 여념이 없었다. 선거관계자는 점심 식사 때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을 찾아가 함께 식사를 하며 선거운동을 하는 게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그러다보 니 지역의 맛집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라며 웃음을 지었다. 오후 1시 15분 조 후보는 학조리 근처 공리 마을회관으로 발걸음을 옮겼 다. 마침 할아버지 할머니 대여섯 분과 만난 조 후보는 곧바로 명함을 돌리며 인사에 나섰다. 한 할머니가 "국회의원들 맨날 쌈박질만 한다"고 타박 하자 "그러니까 바꿔보세요"라며 투표를 권했다. 선거 관계자는 " 요즘은 농사철이 시작돼 마을회관과 노인정에서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다 "며 "3~4km 달려와 한사람도 없는 경우도 있다. 오늘은 운이 좋은 편"이 라고 설명했다. 다시 이동에 나선 조 후보는 양구군 정당선거사무소에서 현장 대책회의 를 가졌다. 선거에 사용할 플렌카드와 사무원 배치에 대한 회의를 이어 갔다. 이곳에서도 산림조합과 양구군 참전용사의집을 방문했다. 선거관 계자는 "기자님은 운이 좋은 편"이라며 "오전에 화천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 거리가 줄어들었다. 평소 300km는 기본이고 450km까지 이동하는 경 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양구군에서 선거운동을 마친 조 후보는 오후 2시 10분 방산면으로 이동 했다. 방산면까지 이동거리는 22km. 이동 도중 다른 곳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아내와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거법상 예비후보 기간에 명함을 돌릴 수 있는 것은 후보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으로 한정 되어 있기 때문에 아내와 아들도 한 팀씩 만들어 후보자와 같이 선거유세에 한창이었다. 밤낮없이 이동하는 조 후보에게는 선거차량이 곧 사무실이 다. 이동하는 도중 선거 로고송과 본선에서 쓰일 명함을 점검했다. 선거 로고송은 이예란의 '100세 시대'를 개사한 곡으로 정했다. 명함은 지역 사정에 맞게 총 12가지 종류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조일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8일 화천군 새마을 장수식당을 찾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 성기호 기자 kihoyeyo@

방산면에서 선거운동을 마치고 다시 양구 비봉전망타워로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10분. 지지자와 함께 조직점검과 선거전략에 대한 상의에 나섰 다. 선거 지역이 너무 넓다보니 지역을 잘 알고 있는 현지 지지자들의 도움은 필수다. 조 후보는 "선거구가 너무 넓다보니 매번 새로운 곳을 개척하는 심정으로 유세를 하고 있다"라며 "주위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 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차를 돌려 인제군 DMZ평화생명동산에 오후 4시 35분에 도착했다. 오는 도중 유권자들이 있을 만한 곳에서 빠짐없이 인사를 하고 온 것은 기본이다. 저녁 식사를 위해 원통군에 도착한 시간은 5시35분, 그는 이 날도 원통에서 35km 떨어진 인제군 기린면에서 잠을 잘 예정이다. 조 후보가 이날 차로 이동한 거리는 205.6km에 달했다. 이렇게 후보들이 뛰 어도 이 선거구에서는 유권자가 후보들을, 후보가 유권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당선되더라도 자신의 지역구를 속속들이 다 못 가보 고 국회의원 임기가 끝날수 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조 후보는 힘들 거나 피곤하지는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앞으로 이런 일정이 보름도 더 남았다"며 웃음을 건넸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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