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원로 경제학자 3인 '국가는 뒤로 빠져라'

80대 경제학자들, 흔들리는 中 경제에 쓴소리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둔화하는 성장, 출렁이는 주식시장ㆍ금융시장으로 중국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영국에서 발간되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80대 원로 경제학자 3인의 자국 경제 진단에 새삼 주목하고 나섰다.이코노미스트는 이들이 나이가 들어 영향력 역시 쇠퇴했으나 이들의 경제 분석력은 예리하기 이를 데 없다고 최근 소개했다. 한마디로 이들은 중국 경제의 현황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국무원발전연구중심 시장경제연구소의 우징롄(吳敬璉) 명예소장, 베이징(北京) 대학 경영대학원의 리이닝 명예원장, 베이징 소재 톈저(天則)경제연구소의 마오위스(茅于軾) 소장이 바로 그들이다.1929~30년 난징(南京)에서 태어난 이들 세 원로 학자 모두 소련식 중앙계획경제로부터 벗어나 자본주의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우 명예소장은 1980년대 '개혁ㆍ개방' 시대 초기부터 경기 붐이 한창이던 1990년대까지 중국 정부에 조언해온 인물이다. 그는 중국공산당에 '사회주의 시장경제' 선언을 촉구했다. "국가는 빠지고 민간기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國退民進)"고 주장한 것이다. 그에게 '미스터 시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이 때문이다.중국의 민간 부문은 지난 수십년 동안 번창해왔다. 그러나 국가가 여전히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자금흐름을 통제하고 토지 거래에서부터 기업 인수ㆍ합병에 이르기까지 모든 중대 사안의 최종 결정권자로 군림하는 것이다.현재 베이징 소재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中歐國際工商學院) 강단에도 서고 있는 우 명예소장은 "하급 관리조차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꼬집었다.그는 국유기업 개혁의 공식 청사진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이 국유기업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면서도 최고 경영진 임명권은 부여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효과적인 기업지배구조를 기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우 명예소장은 "경제를 떠받치려면 정치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정부는 시장 개입을 중단하고 법치(法治) 발전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평생 베이징 대학 강단을 지켜온 리 명예원장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다. 1980년대의 리 명예원장은 국유기업 지분 일부를 민간에 매각할 경우 기업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이렇게 해서 그에게 '미스터 증시'라는 별명이 따라다니게 됐다. 당은 결국 그의 조언을 받아들였으나 기업의 효율성은 여전히 형편없다.리 명예원장은 오늘날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초고속 성장 시대는 경제법칙과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그동안 중국은 천연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을 훼손했으며 설비를 과잉 공급한데다 자체 경제모델을 확립할 기회까지 놓쳤다.세 원로 경제학자 중 가장 직설적인 이가 마오 소장이다. 그에게 '미스터 쓴 소리'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이 때문이다.철도노동자 출신인 그가 경제학자로 거듭난 것은 1970년대다. 학계 주변부에 머물러온 그가 독립 싱크탱크인 톈저경제연구소를 설립한 것은 1993년이다. 규제철폐론자인 그는 마오쩌둥(毛澤東) 시대를 '재앙'으로 부르곤 한다.리 명예원장은 중국 경제를 치유하기란 이미 늦었다고 본다. 중국에 빈 집이 즐비하고 은행은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다. 그는 "위기를 피할 수 없다"면서도 미래에 대해 다소 낙관한다. 젊은 세대의 경우 교육수준이 높은데다 열린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잘만 운영하면 앞으로 중국이 성장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게 리 명예원장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개혁을 외치면서 경제 통제력은 강화하는 데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그는 "시 주석에게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권력이 있으나 문제의 본질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비판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