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스트리트뮤지엄' 프로젝트 기획 핸즈BTL미디어그룹 박동훈 대표
남산골한옥마을 등 6곳에 설치…"시민들 품으로 예술 끌어올 터"
박동훈 대표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한마디로 미술관이 거리로 나오는 건데 처음엔 이게 가능할까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예술이라는 건 이런저런 틀을 깨는 과정이고 어떻게 보면 우리의 삶이 그 자체로 문화가 돼야 한다는 확신으로 밀어붙였죠."서울시 중구 필동 일대에서 '스트리트뮤지엄(거리 미술관)'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박동훈 핸즈BTL미디어그룹 대표(52)는 미술관 구상 당시의 심경을 이 같이 떠올린다. 마을 특화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1월부터 추진된 미술관은 여러 예술가들과 중구청, 주민들의 협업을 거쳐 동 내 명소인 남산골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총 6곳에 설치됐다. 2.4~35㎡ 내외의 작은 규모로 과연 눈에 띌까 싶었던 초반의 우려와 달리 각자 개성을 지닌 미술관들은 지나가는 주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시선을 모으며 그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박 대표는 28일 "삶 자체가 예술이 되어 있는 북유럽의 나라들처럼 여러 작품을 시민들 생활의 일부로 끌어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많은 사물들이 우리 주변에 늘 익숙하게 놓여 있고,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생활에 파고들듯이 예술 또한 그렇게 우리의 삶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그는 "오랫동안 광고업에 종사하며 예술이 곧 하나의 습관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며 "미술이나 디자인, 건축, 인테리어 등 모든 예술 분야에 있어 나이나 교육수준과 상관없이 생활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그 문화를 접하고 체험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모퉁이', '우물', '이음', '골목길', '둥지', '사변삼각'이라는 명칭을 각각 가진 미술관은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주변을 지나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디자인어워드 수상작을 비롯해 회화, 설치, 미디어아트 등으로,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중점에 두고 각 작품을 배치했다.
남산골한옥마을 내 설치된 골목길 미술관. 벽면과 천장이 제각기 다른 각으로 설계돼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현재 故백남준 작가의 '세상을 비추다'전이 전시 중이다.
전체 미술관을 걸어서 돌아보는 데는 약 40분이 소요되며 이달 말 '컨테이너'라는 이름의 7번째 미술관을 추가로 선보인다. 각 작품마다 동일하게 새겨진 '스트리트뮤지엄' 로고는 캘리그라퍼 작가 강병인씨가 작업했다. 거리를 걷다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미술관을 떠올릴 수 있도록 모든 글자의 모음 세로획을 사람의 다리 모양으로 형상화했다.박 대표는 "젊은 시절 바로 현업에 뛰어들다보니 미술이나 음악 등 문화 혜택을 크게 누리진 못했다"며 "그런 아쉬움 때문에 공공미술에 더욱 애정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예술품들을 대할 때마다 대화가 통하는 생물처럼 그의 오감을 일깨운 경험이 그를 문화산업에 애착을 갖게 만들었다고 한다. 미술관 설치를 포함해 회사 본사가 있는 필동 일대를 문화거리로 조성하는 '필통 타운 프로젝트'를 벌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올해 들어 퇴계로30길 14. 옛 지번주소로는 필동 1가 24-11번지에 해당하는 지역에 24번가라는 이름이 붙은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베이커리 카페, 서재, 공연장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골목 분위기를 새롭게 하고 있다.그는 "살아가면서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이론을 자주 떠올린다"며 "더 먼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는 아직까진 없지만 그때그때 현실에서 가능한 일들에 실험적으로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풀뿌리문화라는 말이 있듯 회사 차원의 공공프로젝트를 꾸준히 계획하고 실행함으로써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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