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름에 들 수 없어 둘이 같이 들어야 하는 긴 상이 있다
오늘 팔을 뻗어 상을 같이 들어야 할 두 사람이 여기 있다
조심조심 씩씩하게 상을 맞들고 가야 할 그대들
상 위에는 상큼하고 푸른 봄나물만 놓여지지는 않을 것이다
뜨거운 찌개 매운 음식 무거운 그릇도 올려질 것이다
또 상을 들고 가다가보면 좁은 문이 나타나기도 할 것이다
좁은 문을 통과할 때 등지고 걷는 사람은 앞으로 보고 걷는 사람을 믿고
앞을 보고 걷는 사람은 등지고 걷는 사람의 눈이 되어주며
조심조심 씩씩하게 상을 맞들고 가야 할 그대들
-함민복 시인의 <부부> 中-
함민복 시인의 시를 읽고 땅끝 해남의 산골에서 만났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생각났다. 두 분은 틈만 나면 실랑이를 벌인다. 할아버지가 “어이~! 내 술 어디다 감췄는가?” 소리치면 할머니는 “술 잡숫고 누굴 또 부뚜막 콩 마냥 달달 볶을라고 그라요” 하며 실랑이가 시작된다.
하루에도 수시로 불러대는 할아버지의 술타령에 술의 ‘ㅅ’만 나와도 몸서리난다는 할머니지만 냉장고 안에는 할아버지 술안주 거리가 잔뜩 들어 있었다. 술은 감춰 두면서 안줏거리는 왜 사다 놓으셨냐고 물으니 미울 때 밉고, 속상할 때 속상하더라도 사람 먹는 것 가지고 타박 길면 못 쓴다고 하신다. 미우나 고우나 반백년 넘게 쌓인 부부의 정이 이런 건가 싶다.
티격태격하면서도 ‘평생 내 사람이다’ 눈도장 찍고 사신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께 야들야들 부드러운 봄철 주꾸미로 술상 봐 드리고 싶은 봄날이다.
주재료 (2인분)
주꾸미 10마리, 쌈 채소 100g, 양파 1/2개, 느타리버섯 1줌, 팽이버섯 1/2봉, 물 3컵, 참치 한스푼 2, 굵은 소금 약간, 다시마(5*5) 1장
소스 재료
간장 2, 식초 0.5, 맛술 0.5, 고추냉이 약간, 시판 칠리소스 적당량
만들기
▶ 요리 시간 30분
1. 주꾸미는 내장을 빼서 굵은 소금으로 문질러 씻는다.
2. 쌈 채소, 양파, 느타리버섯, 팽이버섯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3. 분량의 재료를 모두 섞어 간장 소스를 만든다.
4. 냄비에 물 3컵에 다시마를 넣고 5분 정도 끓이다가 참치 한스푼을 넣고 끓이다가 준비한 재료를 넣어 익혀 소스에 찍어 먹는다.
글=요리연구가 이정은,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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