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인사이드]'기업 때리기'에 맛들린 트럼프…아이폰·오레오도 희생양

▲도널드 트럼프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표심을 얻기 위해 '기업 때리기'에 골몰하면서 미국 기업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는 한때 애플의 아이폰과 몬델레즈의 오레오 쿠키, 캐리어의 에어컨을 즐겨 사용했으나 대선가도에 오른 뒤에는 이들에 대한 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특히 애플은 트럼프가 즐겨 공격하는 기업이다. 트럼프는 지난 1월 미국 버지니아주 소재 리버티 대학을 방문해 "애플이 그들의 컴퓨터를 해외 공장이 아닌 미국에서 만들도록 해야 한다"며 당선되면 애플의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에는 애플이 테러범의 아이폰 정보를 볼 수 있게 도와달라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며 보이콧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오레오 제조사 나비스코의 모회사인 몬델레즈는 트럼프가 대선 선거 운동을 시작한 직후 처음으로 공격한 기업이다. 그는 지난해 8월, 몬델레즈가 미국 시카고에서 멕시코의 살리나스로 생산라인을 옮긴 것을 두고 "다시는 오레오를 먹지 않겠다"며 비난했다. 트럼프는 "멕시코는 새로운 중국"이라며 "몬델레즈가 시카고 공장을 닫고 멕시코로 옮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레오 과자(사진: 블룸버그)

하지만 몬델레즈가 시카고 공장을 폐쇄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주요 생산라인을 멕시코로 옮기면서 시카고에서 600명의 직원을 해고했을 뿐이다. 괜한 오해를 산 아이린 로젠펠드 몬델레즈 최고경영자(CEO)는 그 해 10월 CNBC 방송에 출연해 "제대로 된 사실을 말하라"며 트럼프에 일침을 가했다. 에어컨 제조사인 캐리어 역시 인디애나폴리스의 공장을 멕시코로 옮기면서 트럼프 선거운동의 희생양이 됐다. 트럼프는 지난달 열린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예비경선)를 앞두고 행한 연설에서 캐리어를 언급하며 "중국, 멕시코, 일본, 베트남에서 일자리를 되찾아오겠다"며 "그들이 우리의 일자리와 부를 빼앗아갔다"고 말했다. 그의 비판 대상에 미국 기업만 끼어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중장비업체인 코마츠 역시 그의 어록에 단골로 등장한다. 그는 엔저 때문에 미국산인 캐터필러 대신 일제 코마츠 장비가 더욱 많이 팔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FT는 코마츠가 미국 내에 공장을 세 곳이나 두고 있으며, 수 천명을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트럼프의 공격을 비꼬았다.

더글라스 오버헬먼 캐터필러 회장겸 최고경영자(CEO)

미국 기업인들도 트럼프의 기업 때리기에 우려의 뜻을 표하고 있다. 그가 보호하려던 캐터필러의 CEO인 더그 오버헬먼도 트럼프가 주장하는 보호무역주의가 미국 기업들에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오버헬먼 CEO는 "미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 5%에 불과하다"며 "미국 기업의 잠재적 고객의 95%는 미국 바깥에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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