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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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은 원래 무감각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narkotikos’에서 유래했다. 혼미함을 일으켜 통증을 완화하는 물질이다. 마약은 원래 살 빼는 약, 피로회복제 등으로 개발된 경우도 적지 않다. 의약품으로 개발됐지만 엉뚱한 용도로 활용돼 마약으로 분류한 사례도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마약류로 평가받는 이른바 메트암페타민(필로폰)도 마찬가지다. 대일본제약회사가 ‘히로뽕’이라는 상품명으로 개발했는데 잠을 쫓고 피로를 회복하는 용도였다. ‘Philpon’은 일하는 것을 사랑한다는 의미의 희랍어 ‘Philoponos’에서 유래됐다. 프로포폴은 영국 ICI사가 개발한 수면마취제로서 수면내시경을 할 때 쓰이는 의약품이다. 피로감을 해소하고 환각을 일으키는 효과 때문에 ‘연예인 환각제’로 더 잘 알려졌다. 강제출국당한 방송인 에이미는 “내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는데 프로포폴 복용 연예인이 밝혀진 것보다 훨씬 많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성범죄에 가장 많이 악용된 약물로 알려진 ‘졸피뎀’은 원래 불면증 치료에 사용되는 수면제다. 술과 함께 먹으면 기억을 잃거나 환각증세가 일어나 반드시 의사 처방이 필요한 약품이다. 하지만 의사처방 없이 불법 유통되면서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도 있다. 40대 카페 업주 손모씨는 대학생 등 여성 16명에게 41차례에 걸쳐 졸피뎀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사진출처=아시아경제 DB
세계적으로 마약에 노출된 인구는 2억4600만 명(2013년 기준)에 이른다.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의 마약류 사범은 9742명으로 집계됐다. 마약투약 5082명, 마약밀매 2538명, 마약밀수 389명 등이다.마약밀수에는 기상천외한 방법이 사용된다. 인천지검은 2010년 11월 영양갱과 비누로 위장한 필로폰 1㎏을 적발했다. 창원지검은 2009년 6월 대마 가루와 밀가루를 혼합해 만든 ‘대마 쿠키’ 60개를 국제특급우편으로 밀수입하려는 것을 적발했다. 검찰은 “1980년대까지는 한국이 주요 메트암페타민 밀조 국가로서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기도 했다”면서 “1990년대 들어 정부의 강력한 단속으로 밀조 조직이 거의 와해해 외국산이 밀수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SNS를 활용해 불법암시장인 ‘다크넷’을 통해 마약을 들여오고, 디지털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대금결제, 자금세탁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검찰은 “1988년 5000원~1만 원에 거래되던 1회 투약분 필로폰 가격은 단속 활동 강화로 1991년부터 10배 이상 폭등했으나 2001년부터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1회 투약분 가격은 10만 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마약류는 약물사용 욕구가 강제적일 정도로 강하고, 사용약물 양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사용을 중지하면 온몸에 견디기 힘든 금단현상이 일어난다. 마약류 중독은 본인은 물론 타인에게도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정모씨는 2002년 1월 부산의 한 모텔에서 필로폰 환각 상태에 빠져 머리를 들이받는 자해소동을 벌이다 과다 출혈로 숨졌다. 김모씨는 2014년 6월 필로폰 환각 상태에서 내연녀 안구를 적출하는 등 엽기적인 범죄를 벌이기도 했다. 이모씨는 2002년 1월 대전의 한 여관에서 필로폰 환각 상태에서 처제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한 뒤 부인, 처제, 딸 등을 인질로 삼고 경찰 20여 명과 대치하며 난동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