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내증시 엑소더스…올들어 1.9조 순매도

대형주 집중 매도‥'한국증시 이탈 당분간 지속 전망'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올 들어 국내 증시를 빠져나가는 외국인 자금의 행렬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중동계 자금이탈에 이어 국내 기업의 배당을 노리고 유입된 단기자금까지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전반적인 수급마저 불안한 상황이다. 1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전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9000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이는 지난해 연간 누적 순매도액 3조5000억원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다. 외국인은 지난 6일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순매도를 기록했다. 당시 순매수도 한국항공우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영향이었다. 이를 제외하면 외국인은 사실상 31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의 순매도 종목은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에 집중됐다. 올 들어 순매도 상위종목에는 시총 1, 2위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아모레퍼시픽(7위), SK하이닉스(13위), POSCO(20위), 삼성생명(9위), 현대모비스(5위), 삼성물산(4위) 등이 포함됐다. 외국인은 18일까지 삼성전자를 5400억원 이상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현대차 2038억원, 호텔신라 1487억원, POSCO 1064억원, 삼성생명 1051억원, SK하이닉스 1004억원어치를 팔았다. 누적 순매도액의 약 70%가 이들 7개 종목에 집중된 셈이다.  대신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는 정유화학주를 비롯해 일부 경기방어주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는 LIG넥스원, 한국전력, SK이노베이션, 한화케미칼, BGF리테일, 하이트진로 등이 포진했다. 지난 6일 외국인이 받아간 한국항공우주 블록딜 물량을 포함해도 이들 종목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순매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주까지 배당청산에 따른 외국인들의 비차익 매도 움직임은 일단락됐지만 한국증시 이탈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중동계와 중국계 투자자금 이탈이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국내증시에서 사우디계 자금은 7730억원, 중국계 자금은 5890억원어치가 빠져나갔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고강도 매도세를 나타내고 있는 사우디와 중국의 공통점은 자국의 통화가치 절하를 방어하기 위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소진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환율 방어를 위해 해외에 투자된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주식 매도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유가하락에 이은 중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신흥국보다 선진국 증시에 돈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현재 경기와 정책 모멘텀이 기대되는 유로존과 일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반면 국내증시의 경우 거시적인 환경변화를 시사하는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섣부른 대응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중국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있는 한 정중동의 움직임을 반복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당장은 경기민감주, 수출주, 가치주보다 방어주, 내수주, 구조적 성장주에 주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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