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와 간식사이] 긴 항해 속 피어난 부드러움, '푸딩(pudding)'

오늘은 퀴즈로 시작해 보자! ‘찰랑찰랑 만지기도 아까우면서 매끈하게 잡티 하나 없이 반짝이는 것이 무엇일까?’ 요즘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피부화장법일까? 정답은 바로 푸딩(pudding)이다. 언제부터인가 푸딩도 다양하게 제품화되어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으나 그만큼 쉽게 ‘해 먹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고급스러운 외관과 부드러운 맛이 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푸딩은 항해하는 배 안에 처한 극한 조건에 맞춰 개발된 요리 중 하나이다. 신세계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하든, 주변국을 이기기 위한 전쟁을 위해 떠나든, 항해는 늘 거칠고 열악하다. 특히 식량에 있어서 배에 실을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선원들이 배부르게 항해를 마칠 수 있는 만큼의 식량을 가지고 떠난 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했을 것이다. 이런 사실은 선장 다음으로 선 내 요리사의 지위가 높았다는 점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푸딩은 어느 날 배에 탄 요리사가 먹을 것이 다 떨어져가는 항해 막바지에 그간 요리를 만들고 애매하게 남은 빵 부스러기와 밀가루, 달걀, 치즈 등의 재료를 섞어 따뜻하게 냅킨으로 싼 다음 움직이지 않도록 끈으로 묶어둔 것을 먹으며 생겨났다. 코스요리의 마지막에 디저트로 나올 법한, 한낮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우아하게 한 입 뜨던 푸딩의 시작은 이렇게 열악했던 것이다. 이후 푸딩은 점차 일반 가정으로도 퍼져나갔고, 따뜻하게 쪄서 달걀과 우유의 단백질을 굳혀 낸 뒤 캐러멜시럽을 뿌려 먹는 등의 조리법이 고안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이렇게 달걀과 우유를 넣어 만드는 푸딩은 ‘커스터드 푸딩’이라고 하는데, 이 외에도 커스터드 속에 카스텔라 분말을 넣은 로열푸딩, 카스텔라와 건포도를 넣은 캐비닛 푸딩, 기타 초콜릿이나 아몬드를 넣은 초콜릿푸딩, 아몬드푸딩, 옥수수녹말을 넣은 콘스타치푸딩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디저트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는 로스트비프에 곁들이는 음식으로도 쓰이는데, 잘게 썬 쇠기름을 밀가루 반죽에 섞어서 카스텔라같이 구워 낸 요크셔푸딩도 있다.

듣기만 해도 복잡해 역시 ‘사서 먹어야겠다’라고 생각이 든다면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마른 빵에 달걀과 우유를 섞은 물을 부어 익혀낸 요리도 큰 범주에서는 푸딩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매끄러운 표면을 가진 푸딩은 아니지만 달걀과 우유를 이용해 따뜻하고 부드럽게, 쉽게 만들어 먹는 푸딩은 항해에 지친 선원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듯 우리의 마음도 포근하게 해 줄 것이다.

브레드푸딩

브레드푸딩

재료

바게트 1/4개, 달걀 2개, 우유 2/3컵, 꿀 2.5, 계핏가루·소금 약간씩

만들기

▶ 요리 시간 25분

1. 바게트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작게 썬다.

2. 달걀은 소금을 넣어 거품기로 곱게 풀어 우유와 꿀, 계핏가루를 넣어 섞는다.

3. 달걀물에 바게트를 섞어 5분 정도 둔다.

4. 200℃로 예열한 오븐에 10분 정도 구운 다음 쿠킹포일을 덮고 10분 정도 더 굽는다.

글=경희대학교 조리·서비스 경영학과 겸임교수 송민경,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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