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애리기자
사진=아시아경제DB
1993년 MBC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에는 스물 두살의 청순한 여인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문간방 여신'이라 불린 지희 역할을 맡은 그녀. 그 눈부신 아름다움은 첫눈에 대중을 사로잡았다. 이 드라마로 데뷔한 '지희'는 이후 90년대 한국 드라마의 '여신'으로 군림하게 되었다. MBC 공채 탤런트 22기로 출발한 연기자 심은하(1972- )는 이내 그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여주인공 '다슬'역을 맡으면서다. 원래 '다슬'역은 연기자 이상아가 맡기로 한 역할이었다고 한다. 막판에 극중의 '미주' 역할을 마친 배우가 갑자기 하차를 한 뒤에 이상아가 그 역을 맡기로 했고, 결국 '다슬'은 심은하에게로 돌아갔다. 이 행운이 그녀의 연기인생을 '폭발'시킨 기폭제였다. 심은하는 드라마 '마지막 승부' 당시 탤런트 전속계약으로 회당 30만원의 개런티를 받았다. 이후 CF 개런티가 회당 2억원까지 뛰어올랐다. 그녀의 변신은 놀라웠다. 아름다움이 얼마나 무서움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도 심은하였다. 그녀는 납량특집 드라마 'M'에서 초록 눈동자와 변조된 목소리로 시청자를 떨게 만들었다. 이로 해서 공포퀸이란 명성을 얻으면서 빼어난 미모와 더불어 연기력까지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8월의 크리스마스' 심은하. 사진=KBS 방송캡처
그녀는 또 TV 속에서만 머물 수 없었다. 폭발적인 인기가 심은하를 스크린으로 모셔갔다. 심은하를 당대 아이콘의 절대지존으로 끌어올린 영화는 1998년에 개봉된 '8월의 크리스마스'였다. 밝고 씩씩한 주차 단속요원 '다림'이 된 심은하는 뭇남성들의 최고 연인이 되었다. 함께 출연했던 한석규는 심은하에 대해 "기회가 되면 또 연기하고 싶은 동료"라고 밝혀 그녀의 매력과 연기력을 증언한 바 있다. 이 영화로 심은하는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는다. "당신 부셔(숴)버릴거야." 1999년 SBS '청춘의 덫'에서 남자에게 버림 받은 뒤 복수를 꿈꾸는 서윤희역을 열연한 심은하는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저 명대사를 남겼다. '청춘의 덫'은 당시 평균시청률 53.1%를 기록했고, 심은하는 이 작품으로 'SBS 연기대상' 대상까지 거머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