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 이 귀한 걸로 잼을? '바나나잼'

요즘은 누구에게 물어봐도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바나나라는 대답을 들을 수가 없다. 하지만 드라마에 그려진 80년대의 모습 속엔 바나나가 최고의 과일로 대접받는다. 슈퍼마켓에 한 송이도 아닌 세 개의 바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데, 얼마나 오래 그 자리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새까맣게 변해버린 바나나 앞에 2,000원 이라는 가격이 쓰여 있는 모습이 나왔다.

생각해보면 내가 어릴 적에도 바나나가 참 귀했었다. 아버지가 가끔 기분 좋게 술에 취하실 때면 바나나를 반 송이쯤 사들고 들어오시곤 했었다. 그런 날엔 아버지는 우리에게 오랜만에 뽀뽀세례를 받는 기쁨을 누리셨다.

그러다 언제인지 기억엔 없지만 점점 가장 흔한 과일이 되어버렸다. 특정 계절에만 수확하는 것이 아니라 더운 나라에서 전부 수입한다는 이유로 대형마트나 과일가게에 사시사철 자리를 잡고 있으니 점점 존재감이 없어져 갔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참 딱한 과일이다. 달고 부드러운 그 맛은 그대로인데, 더 자주 만난다는 이유로 존재감 상실한 딱한 바나나이다.

귀하고 귀하던 바나나가 언제부터 이리도 홀대를 받았을까?

우리 집에서 바나나는 과일이라기보다는 상시 구비되어있는 필수 식품이나 다름없다. 혼자 아침을 챙겨 먹기 쉽지 않으니 간단한 아침으로 해결하기 그만인데다, 손으로 껍질 벗겨 먹기만 하면 되니 칼이나 접시도 필요 없어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편리한 음식이다. 하지만 며칠 집을 비우거나 출근하기 바빠 먹지 못하면 금세 점박이로, 검둥이로 변해버려 오래 두고 먹지 못하는 과일이기도 하다. 그럴 땐 주말을 이용해 무르고 반점 투성이인 바나나를 몽땅 잼으로 만들면 된다. 그런데 참, 20년, 30년 전으로 돌아가 바나나를 잼으로 만든다고 하면 아마도 미쳤다는 소리를 듣겠지?

바나나잼

재료(2인분)

바나나 3개, 흑설탕 70g, 럼 1.5

만들기

▶ 요리 시간 30분

1. 바나나는 껍질을 벗겨 작게 썬다.

(Tip 바나나는 껍질에 검은 반점이 생길 정도로 잘 익은 것으로 준비하면 더 좋다.)

2. 냄비에 바나나와 흑설탕을 넣어 잘 버무린다.

3. 주걱으로 잘 섞어가며 중간 불에 졸인다.

4. 10분 정도 지나 바나나잼이 어느 정도 걸쭉해지면 럼을 넣어 섞은 다음 불을 끈다.

글=푸드디렉터 오현경,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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