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황영기 회장 '펀드 수익률 -10%인데 수수료 떼가니 뒤집어진다'

-"펀드 성과 연동 보수제 도입 건의해 시장 불신 뜯어고치겠다"-벤치마크(BM) 이상 성과 못내는 운용사는 문 닫을 것-미래에셋의 대우증권 인수는 금융업계 DNA 바꿀 사건-정부는 규제원칙만 정하고 나머지는 기업에 맡겨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펀드 판매사와 운용사가 보수를 실적에 연동해 받는 방식으로 보수 체계를 바꿔야 합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된 아시아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펀드 수익률이 -10%일 때도 판매사나 운용사가 펀드 보수를 떼어가는 것은 문제"라며 현행 펀드 판매ㆍ운용보수 체계를 대폭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공모 주식형펀드의 경우 수익률에 관계없이 매년 평균 1.272%의 총보수를 떼어간다(2015년 10월말 기준). 펀드에 가입하거나 펀드를 환매할 때 한 번만 내면 되는 선취 또는 후취 판매수수료(선취 1.02%, 후취 1%)를 합하면 가입 첫 해 연간 총 2.3%에 가까운 수익률을 반납해야 한다. 펀드에서 손실이 났을 때도 판매사와 운용사가 보수와 수수료를 꼬박꼬박 떼어가면서 투자자들의 불만도 높다. 이는 공모펀드에 대한 불신과 펀드 시장 위축으로 이어졌다. 황 회장은 "일부 판매사 직원은 상품에 대한 이해도 없이 판매보수를 많이 주는 상품을 팔고 펀드가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내도 설명조차 못한다"며 "투자자들이 지금처럼 펀드 판매ㆍ운용 보수를 고정으로 1% 남짓 내는 방식이나 펀드 성과에 연동해서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펀드가 손실을 입으면 판매ㆍ운용보수를 떼지 않지만 펀드가 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면 5%를 보수로 떼는 방식으로 펀드 보수 체계를 새로 도입해 투자자들이 기존 방식과 새 방식 중 원하는 보수 체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황 회장은 "펀드 성과 연동 보수제가 도입되면 판매사는 보다 철저하게 좋은 운용사와 펀드를 추천하고, 운용사도 벤치마크(BMㆍ시장수익률) 이상의 성과를 내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판매사와 운용사는 보수를 받지 못하거나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제 3대 금융투자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황 회장은 자산운용사, 증권사, 은행의 최고경영자를 두루 거쳤다. 지난달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하면서 자기자본 7조8000억원의 초대형 증권사 탄생을 앞두고 있는 것은 금융권에 오랜 기간 몸 담고 있는 황 회장에게 의미가 남달랐다. 그는 "국내에서도 글로벌 투자은행(IB) 수준의 자본 규모를 갖춘 대형 투자은행이 나올 수 있는 출발점이란 점에서 증권업계뿐만 아니라 한국 금융업계 전체의 DNA를 바꿀 사건"이라며 "한국 금융의 주도권을 금융투자업계가 쥐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해 글로벌 IB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너의 관심과 인내, 포용 정신이 필요하다고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IB 업무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5년이 걸리는 딜도 있다"면서 "제 아무리 일류 회사라도 10개 딜을 쫓아다니다 2~3개를 성사시키면 잘한 장사"라고 말했다. 이어 "IB업무는 씨를 뿌린 후 5년동안 자라지 않다가 이후에는 하루에 몇 십 센터미터(㎝)씩 자라는 '모죽'과 같다"면서 "지금은 글로벌 IB에 비해 노하우가 부족하더라도 오너는 관심과 인내를, 직원들은 정성과 발품을 판다면 시간이 지나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에게는 진나라 명재상 이사의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언급하며 인재를 적극 영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간축객서는 진시황이 외지인 출신 관리를 모두 진나라 밖으로 쫓아내라는 축객령의 부당함에 대해 이사가 올린 상소문이다. 황 회장은 "미래에셋증권의 IB 사업이 아시아권에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와 맞붙으려면 삼성전자처럼 한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 인재를 적극 영입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창업 동지 같은 내부 사람의 말에만 귀 기울이지 말고 외부 인재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내달 4일로 취임 1년을 맞는다. 지난 1년에 대한 소회는 어떨까. 그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금융당국과 업계의 교류가 활발했다"며 "2015년은 금융개혁의 원년으로 인터넷은행, 로봇어드바이저, 거래소 지주사 전환 등 중요한 일에 시동이 걸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규제완화를 기치로 내건 황 회장이 지난해 2월 금융투자협회 회장으로 취임하고 한달만인 3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출신의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업계와 금융당국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삐걱대던 양측이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지난 1년동안 해외펀드 비과세 도입, 사모펀드 규제완화, 인터넷 은행 도입,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연금 제도 개편 등 굵직한 현안들이 풀렸다. 다만 황 회장은 최근 금융위가 발표한 연금 제도 개편에 대해 "저금리 시대에 가로막힌 연금 활성화를 위한 시의적절한 대책"이라면서도 "선진국형 기금형 제도를 도입해 예금 같은 원금보장 상품에 들어있는 연금을 자본시장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가입자격, 의무가입기간, 세제혜택규모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황 회장은 "ISA 가입자격을 영국이나 일본처럼 사실상 전 국민으로 확대하고 중ㆍ저소득층에는 자녀 학자금, 전세금, 병원비 등에 한해 자유로운 인출을 허용해야 한다"며 "기존 세제혜택 금융상품을 ISA로 일원화하고 비과세금액을 확대해 국민자산 형성계좌로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임 2년차를 맞는 황 회장은 올해 계획에 대해 "올해는 자본시장법을 규제 중심인 '룰 베이스(rule base)'에서 원칙만 정하고 세부사항은 기업이 알아서 하는 '프린시플 베이스(principle base)'로 업계와 정부가 합심해 바꿔나갈 것"이라며 "협회 차원에서도 업계와 정부의 중간 시각에서 시스템 등 비용을 줄이는 제도를 설계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업계의 책임있는 역할도 주문했다. 황 회장은 "반도체, 자동차 산업이 업계의 혁신, 정부의 지원으로 발전했듯이 금융에서도 시장 중심의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며 "앞으로도 민(民)이 주도하고 관(官)과 업계가 합심해 이뤄나가는 개혁 모델을 지속해 영국이나 싱가포르와 견줄 수 있는 금융 강국을 다 같이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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