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10년]경단녀, 전업주부의 미래가 어둡다

④ 퇴직연금 양극화,해결책은?퇴직연금 제도 도입률 16.7% 불과,낙제 수준"준(準)공적연금 역할 필요..근퇴법 조속히 개정돼야"[아시아경제 서지명 기자] 2035년 11월 26일 서울 여의도. 나연금(가명·60세)씨는 30년간 몸담았던 회사건물을 나섰다. 무서울 것 없던 신입사원 시절부터 바늘구멍만큼 힘들다던 임원의 별을 달고 퇴직하기까지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제2의 인생은 젊은 시절 꿈꿨던 사진작가의 꿈을 키워 보려 한다. 30년간 회사생활을 하며 쌓인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생각하면 든든하다.노연금(가명·60세)씨는 30년간 사회생활을 했지만 잦은 이직으로 중간에 퇴직금을 소진해버렸다. 다행히 퇴직연금을 도입해 차곡차곡 쌓아주던 회사도 있었지만, 퇴직금을 못 받은 경우도 적잖았다. 개인연금도 따로 준비하지 못했는데, 재취업도 여의치 않고 국민연금도 65세부터 나온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 ◇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극명..실질 소득대체율 13.0%퇴직연금 시장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 현상이 극명히 드러난다. 근로자들 절반 이상이 퇴직연금 제도를 가입했지만 사업장 기준으로 하면 도입률이 20%에도 못 미친다. 지난 9월 현재 전체 상용근로자 1100만명 가운데 568만명이 퇴직연금에 가입해 퇴직연금 가입률은 51.6%로 집계됐다. 하지만 전체 사업장(175만 개소) 가운데 대비 퇴직연금 도입사업장은 총 29만 개소로 퇴직연금 제도 도입률은 16.7%에 그친다.

(자료=금융감독원)

사업장 규모별 도입률을 살펴보면 500인 이상 기업은 96.8%가 가입했지만 300~499인(67.7%), 100~299인(59.5%), 30~99인(47.0%), 10~29인(40.0%) 등으로 규모가 작아질수록 도입률도 낮아졌다. 특히 10인 미만 기업의 경우 도입률이 12.0%에 불과했다. 멜번-머서 글로벌 연금 인덱스(MMGPI)에 따르면 퇴직연금 가입률 지수 국제비교 결과 한국은 10점 만점에 3.4점으로 낙제 수준으로 분류됐다.
또 퇴직연금 실질 소득대체율이 낮아 퇴직연금 기금이 노후 소득보장이라는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에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권고하는 소득대체율은 30% 수준이지만 실질 소득대체율은 13%에 그친다. 이는 저금리 환경 하에서 퇴직연금 적립금이 원리금보장상품에 편중돼 투자되면서 운용수익률 저하로 이어진 탓이다. 국내 퇴직연금 수익률은 2.6%로 OECD 평균수준인 9.9%과 비교했을 때 격차가 크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장은 "가입자들의 가입폭이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로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퇴직연금이 실질적인 노후소득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실질대체율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퇴직연금 단계적 의무화..'中企 퇴직연금기금제도' 도입퇴직연금이 사적연금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공적연금의 보충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준(準)공적연금 범주로 가야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기업규모별로 단계적으로 퇴직연금으로 의무화하고,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를 도입하는 등 퇴직연금 가입 사각지대 해소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관련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인 실정이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는 "퇴직연금 의무화와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근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퇴직연금 도입 의무화는 2016년(300인 이상), 2017년(300~100인), 2018년(100~30인), 2019년(30~10인), 2022년부터 전면 의무화 등의 일정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또 30인 이하 영세사업장의 퇴직연금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를 도입한다. 이 제도는 30인 이하 영세사업장을 대상으로 퇴직급여 적립금에 대해 10%를 보조하고(월 소득 140만원 미만 근로자), 사업자가 부담하는 자산운용 수수료(적립금의 0.4%)의 50%를 지원토록 한다. 기금에 기금운용위원회를 설치해 자산운용정책을 결정해 전문적인 자산운용이 가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홍성진 근로복지공단 근로복지정책연구센터장은 "퇴직연금 제도는 민간에서 출발했지만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근로자 등 근로조건이 취약한 근로자는 공적인 영역에서 지원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자영업자, 임시직근로자, 전업주부 등도 퇴직연금 제도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영업자의 경우 오는 2017년부터 가입이 허용되지만, 근속기간 1년 미만의 임시직 근로자도 일정기간 이상 근무했을 때 가입대상에 포함시키는 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류 실장은 "퇴직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전업주부도 점진적으로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명 기자 sjm0705@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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