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6일 앞으로…'대목' 기다리는 유통가·상인들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원다라 기자, 정현진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6일 후 치러진다. 시험 당사자들의 초조함과 부담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이런 와중에도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관련산업이 움직이며 마케팅을 펼친다. 직접적으로는 52만명, 관련 가족까지 포함하면 그 2~3배나 되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쉽게 놓아둘 수 없어서다. 철저한 자본주의의 생리가 먹혀들면서 그야말로 '수능산업'의 현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관련 업계는 이미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그 현장으로 들어가봤다.수능 대목에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은 무엇일까? 수능일 전에는 주로 시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조용품, 응원용품 등이 많이 팔리는 반면, 수능일 후에는 수험생들이 미뤄왔던 취미ㆍ미용관련 물품들이 주로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수능 전, 보온도시락ㆍ초콜릿 등 시험용품 불티= '수능한파' 가운데서도 온기를 간직한 음식을 먹이려는 모정(母精)이 보여준 결과일까. 수능 전에 단연 인기를 끄는 상품은 '보온도시락'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지난 10월 보온도시락ㆍ죽통의 판매량은 전월 대비 226%, 보온병은 68%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밀려드는 피로감을 잠시 잊게 해 줄 수 있는 초콜릿 역시 판매량이 급증했다. 옥션에 따르면 초콜릿 판매량은 전월 대비 17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수능 응원용품도 수능 직전 많이 팔리는 '단골손님' 중 하나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전통적인 응원상품인 엿·찹쌀떡 외에도 다양한 의미를 담은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인터넷 쇼핑몰 11번가 등을 보면 지망하는 대학의 로고(Logo) 등이 새겨진 상품의 판매량이 급신장 하는 추세다. 실제 서울대학교 관정도서관에 설치된 '서울대 독서등'은 지난 3개월간(8월1일~10월31일) 간 매출이 직전 3개월 보다 33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대ㆍ연세대ㆍ고려대 등 명문대학의 로고 등이 프린팅 된 'SKY 노트'의 매출도 472% 늘었다.시대의 추세를 반영한 듯 'e쿠폰' 판매량도 늘어나고 있다. 11번가가 최근 일주일(10월28일~11월3일)의 e쿠폰 판매를 분석한 결과, 초콜릿ㆍ엿ㆍ찹쌀떡을 구매할 수 있는 '베이커리 e쿠폰'의 판매는 직전 대비 35% 증가했다. 또 수능 전ㆍ후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외식상품권과 모바일 백화점 상품권 판매도 각각 391%, 735% 늘어났다.◆수능 후, 불행 끝 행복 시작…취미ㆍ뷰티용품 인기= 수험생들이 시험 탓에 미뤄왔던 분야는 벌써부터 움직임이 활발하다. 주로 취미생활이나 미용과 관련된 산업이다.
"50% 할인해줘도 밑지는 장사가 아닙니다. 미용실은 수능 끝난 후가 진짜 '대목' 이거든요. 저도 수능이 코 앞이다보니 파마약을 더 주문해 뒀습니다. 주변 미용실도 다들 세일에 나서니 손님 경쟁이 붙기도 해요." 5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동의 미용실에서 만난 업주의 얘기다 . 평범한 주택가에 자리한 미용실 앞에는 '수능생 파격할인, 고3이면 50% 할인'이라는 큼지막한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수능 기간이 아직 남아있어 평소와 다름없는 듯 보였지만, 이따금씩 가게에 들어와 가격을 묻고 가는 여학생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다른 업종에서도 '수험생 손님' 맞이에 여념이 없었다. 용산구 청파동의 한 헬스장 역시 '수험생 30% 할인'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다. 헬스장 사장 박모(45)씨는 "헬스장은 보통 수능이 끝나면 신규 회원이 크게 늘어나는 편"이라며 "아무래도 수능이 끝나면 연애를 해 보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 때문에 살도 좀 빼고 꾸미려는 학생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성형가(街)도 수능 이후 대목을 챙기려고 나선 것은 마찬가지다. 수능 직후부터 새 학기 전까지 코ㆍ눈 등을 고치려는 학생과 가족들이 주요 타깃이다.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A성형외과 역시 '수험표만 있으면 본인 40%, 가족 20% 할인'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이 성형외과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본인에만 한정했는데, 올해부터는 가족혜택까지 부여하기로 했다"며 "수험표만 있으면 가족관계 증명 없이도 성형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수능 특수는 비단 자영업자만의 얘기는 아니다. 대형 백화점, 패밀리레스토랑, 항공사, 테마파크 등도 수능 후 수험표를 지참한 학생과 가족에게 10~50%의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상례가 됐다. 옥션이 지난해 수능 직후 한 달(11월13일~12월13일) 19세 남ㆍ녀의 성별 판매신장률을 조사한 결과, 여성의 경우 영화 e티켓(2133%), 화장품 기초세트(1300%), 유화 DIY세트(1200%), 모직ㆍ캐시미어 스커트(1100%)등이 전월 대비 높은 판매신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남성의 경우도 바다낚시용품(1600%), 보드게임(1600%), 근력운동에 사용할 수 있는 튜빙ㆍ근력밴드(1500%) 등이 높은 판매신장률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판매량 기준으로는 '문화상품권'이 19세 남ㆍ녀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염색약'이 4위를 기록한 반면, 남성은 마우스(Mouse)가 2위를 기록했다. 이는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성별에 따라 다른 취미활동을 즐기는 것으로 풀이된다.이승창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입시철에 찹쌀떡이나 호박엿을 판매하는데 그쳤다"며 "지금은 떡과 엿이 케이크 등 수능관련 상품이 다양한 품목으로 확대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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