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99곳 일자리 대장정 마무리...한달간 특정 현안에 시간 '올인' 이례적...'그만큼 일자리 문제 심각'
▲28일 일자리 대장정의 일환으로 장안동 일대를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동차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원다라 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역시 현장에 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책상을 떠나 현장을 돌아보니 많은 것을 배웠고 일자리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느꼈어요. 양재동 한 군데서만 일자리를 몇만 개 만들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7일부터 강행군 중인 '일자리 대장정'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설명했다. 28일 오찬을 겸한 언론사 사회부장단 간담회 자리에서다.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데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현장에서 기업들과 만나면서 알게 됐다는 얘기다. 박 시장은 "KT와 함께한 자리에서는 건물 용적률을 3배로 키워줄 경우 일자리를 3배로 늘리겠다는 의향을 들을 수 있었다"면서 "이런 취지라면 주변 건축물과 조화 등을 감안해서 못할 일이 없다고 했다"고도 했다. 막연한 일자리 창출 문제를 오전부터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을 통해 구체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박 시장은 운동화에 점퍼만 걸친 채 서울 시내 99곳의 일자리 현장을 찾았다. 밤 늦게까지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문제점ㆍ개선방안에 대해 토론하는 '살인적' 일정이다. 그동안 청년, 여성, 베이비부머, 어르신, 취약계층 등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시민들을 두루 만났다. 잠자리도 일요일만 집에서 가질 뿐 시청 인근 숙소에서 해결했다.
▲14일 '일자리 대장정'의 일환으로 호프집 일일 아르바이트 체험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튀겨낸 감자튀김을 봉투에 담아내고 있다.(사진=원다라 기자)
박 시장은 "올 1월 신년사를 하면서 민생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선언한 후 대장정 준비를 해 왔다"면서 "서울시의 정책수단에는 한계가 많지만 그래도 그냥 있을 수 없어 시작하게 된 일"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얻은 과제들은 대정부 건의 등을 통해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박 시장이 적극적인 현장 행보에 나선 이유는 1000만 서울 시민을 책임지는 '서울특별시장' 자리의 무게가 가볍지 않아서다. 서울시는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위상 외에도 인구ㆍ경제 규모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서울시는 하루에도 다양한 민원이 수도 없이 쏟아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백화점식 행정이 펼쳐지는 곳이다. 그럼에도 서울시장이 특정 현안ㆍ업무에 몰두해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을 통째로 할애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그만큼 일자리 문제가 국가적 어젠다이자 수도 서울의 핵심 이슈라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서울시의 추정치에 따르면 실질 청년실업률은 올 2분기 기준 31%로, 3명 중 1명이 실업 상태일 정도로 심각한 실정이다. 대장정이란 타이틀을 달고 현장으로 달려간 것은 일자리야말로 먹고 사는 문제의 출발점이며 서울 복지정책의 시작이라고 본 때문이다.이번 대장정은 일자리 문제 뿐 아니라 생활상의 문제들을 속속들이 들여다 보는 계기도 되고 있다. 지난 12일 밤 서울 시내 한 직장맘지원센터 방문이 대표적 사례다. 이곳을 찾은 박 시장의 눈에 상담식 테이블에 놓인 사각형 티슈가 들어왔다. 센터 직원들에게 물어 보니 "직장맘들이 휴지를 많이 쓰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직장맘들이 회사로부터 육아휴직ㆍ출산휴가 등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신세를 호소하면서 상담 도중에 눈물을 펑펑 쏟고 있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7일 이마트 성수점에서 '서울 일자리 대장정'의 일환으로 알바생 체험을 했다. (사진제공=서울시)
박 시장 역시 간담회에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10여년을 다닌 회사에서 결혼을 하고 아기를 가져 출산휴가 3개월을 다녀 왔더니 책상이 없어졌다는 이야기, 육아휴직 이야기를 상사에게 했더니 사표를 쓰라는 얘기가 돌아왔다는 사연을 듣고 나니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박 시장은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고 말았습니다. 세종대왕 때 노비들한테도 허락됐던 육아휴직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며 "직장맘 전용 고충처리 핫라인을 설치하는 등 서울시의 정책 수단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지원하겠습니다"고 글을 올렸다. 박 시장은 이번 대장정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구직자와 기존 기업을 연결시켜주는 작업을 보다 활성화하고 노동시간 단축과 청년 고용 할당제 실천, 창업과 창직 활성화 등을 지원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요즘 '헬조선'을 부르짖고 있는 청년들에 대해선 다음 달 초 일자리ㆍ주거 등 종합적인 삶의 질 개선 대책을 마련,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박 시장은 "서울 시민의 삶 속에서, 일자리 현장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며 시민, 기업, 청년들과 함께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겠다"며 "서울시의 모든 일의 1순위는 시민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다. 노동과 일자리로부터 소외받는 사람 없고,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일할 수 있으며, 자신의 꿈과 더 나은 내일의 삶을 창조해 나갈 수 있는 '일자리 특별시 서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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