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학 표준학회장
10월은 '한글날'과 '표준의 날'이 있는 달이다. 이달만 되면 언어의 소중함과 함께 표준의 의미와 효용성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세계화가 심화되며 다양한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접촉하고 만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류가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언어로써 표현을 하기도 하지만, 언어가 서로 달라서 여의치 않을 경우는 손짓과 발짓을 하기도 하고 때론 그림을 그려서 의사전달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림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대표적인 것이 그래픽 심볼(graphic symbol)이다. 일명 '픽토그램(pictogram)'이라고도 하는데 언어를 떠나서 누구나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다. 픽토그램의 사전적 의미는 그림을 뜻하는 픽토(picto)와 전보를 뜻하는 텔레그램(telegram)의 합성어로, 사물과 시설 그리고 행동 등을 상징화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나타낸 시각 디자인을 말한다.그래픽 심볼은 의미하는 내용을 상징적으로 시각화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바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단순, 명료해야 한다. 그래픽 심볼이 가장 먼저 발달한 곳은 미국으로, 1920년대부터 교통 표지에 사용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에서 제작한 그래픽 심볼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각종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사용해 오다가 2001년에 지하철과 화장실 등의 그래픽 심볼을 KS A 0901(공공안내 그림표지)로 제정하였으며, 2011년 표준 개정 때 고령자, 장애인, 어린이, 임산부 등을 배려한 공공안내 그래픽 심볼을 추가했다.국가에 따라서 그래픽 심볼의 의미가 다르기도 하지만 비상구 표시 등과 같이 국제적으로 통일된 것도 있다. 국제적으로 통일된 표준은 ISO가 제정한 ISO 7001, 7010, 20712-1 등이 대표적이다.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그래픽 심볼은 국제적으로 사용하기로 제정됐기 때문에 언어가 다른 지역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국제표준이 있어서 사람들이 쉽게 소통할 수 있으며 만물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표준이 없거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제품 간 원활한 협력이 불가능하며 컴퓨터, 인터넷, 신용카드 등을 국제적으로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래픽 심볼 국제표준을 받아들여 KS S ISO7001(그래픽 심볼-공공안내 심볼)로 제정했으며 공공시설, 교통시설, 관광 문화유산, 스포츠 활동, 상업시설, 공공행위 등으로 분류된 그래픽 심볼을 사용한다.3대 국제표준화기구(ISOㆍIECㆍITU)가 10월14일 '세계 표준의 날'을 맞이해 공동 메시지로 '전세계 공용어, 표준(StandardsㆍThe world's common language)'를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산업 환경의 변화, 사회와 소비자의 요구 등을 감안할 때 표준의 목표 및 패러다임 설정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기존에 표준의 목표는 거래의 투명성 제고,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시적 도구 제공, 최소한의 소비자 안전보장 등 초기산업사회의 정착에 필요한 목표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러한 초기 목표는 현재 산업구조나 기술수준, 기업의 발전이나 수요, 국민과 소비자의 의식수준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하다. 글로벌 경제 환경이 고도화되고, 경쟁범위와 강도가 확대되고 강화되는 오늘날의 추세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표준 목표와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제, 국민의 안전과 소비자 신뢰 확보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목표가 재설정돼야 할 것이다.또한 표준이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자국 기업의 성공에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해아 할 것이며 산업의 새로운 추세를 표준화 전략에 반영해 자국의 표준이 자국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도록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의 표준이 글로벌화, 정보화된 환경에 부합하고 국민과 사회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전략적 목표 및 패러다임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국제표준화기구가 표준을 전 세계 공용어로 사용하자는 메시지를 제시한 것과 같이 우리나라도 전 세계와 함께 표준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한편, 우리의 표준이 국제표준으로 확산될 수 있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이재학 표준학회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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